미중 갈등 완화 계기되면 한국 외교도 부담 덜어…북핵문제 동력 제공 기대도
통상 등 다른 현안 밀려 한반도 이슈는 소홀히 다뤄질 가능성도
미중정상회담 성사에 '중간 낀' 한국도 촉각…북핵 협의도 주목
미국과 중국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한국 외교당국도 미중관계 추이와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갈등 완화의 계기가 된다면 두 나라 사이에 끼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자주 놓였던 한국 외교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선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 정체국면인 북핵 문제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제공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화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시점은 미정이다.

의제도 더 조율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만 문제와 홍콩과 신장(新疆)의 인권, 산업 공급망 등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압박해 온 이슈들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회담 분위기를 낙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양국이 일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갈등 확대보다는 완화, 적어도 상황 관리에 방점이 더 찍힌다는 분석이 많다.

그간 한국은 최대 안보 동맹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가 논의되자 중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한 게 대표적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핵심이익 및 중대 관심사 상호 존중"을 언급한 것도 한국이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구' 성격으로 풀이됐다.

미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간 갈등 상황이 누그러지면 한국의 외교적 활동 반경도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또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의견이 엇비슷한 몇 안 되는 국제 현안으로, 양국 모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중국이 여러 분야에 있어서 경쟁 내지 갈등적 측면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역 안보와 안정, 한반도 문제는 미중이 협력해야 할 영역이라는 데 미중은 물론 우리도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서 미국과 중국간 대화와 협력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정세, 남북 관계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이번에 구체적인 해법까지 논의하기는 어렵겠지만, 큰 틀에서 북한 비핵화 및 제재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협의는 언제든 환영"이라며 "미중 모두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미중 회담에서 우리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미가 집중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중국의 공감과 지원을 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사이에 인도주의적 접근에 대해 방향성이 잡힌다면 한반도 정세에도 하나의 중요한 변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미중 간에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미국이 아무리 정치적 선언이라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데 부정적이어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의심받는 중국에 제재 이행 동참을 강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중 간에 안보·통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