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예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예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아시아 순방 일정에 중국을 추가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관한 한 미국과 중국은 어느 정도 일치된 이해관계가 있다”며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요구할 것을 시사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셔먼 부장관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협력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양국이 이를 모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 정권에 영향력을 갖고 있고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북한과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셔먼 부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1~2001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했던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이다. 셔먼 부장관의 방중도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신장위구르·홍콩 인권, 대만해협 문제 등 첨예한 사안 뿐 아니라 북핵 관련 협상을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 국무부는 이날 셔먼 부장관이 오는 25일까지 한국·일본·몽골 순방을 마치고 중국과 오만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국무부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오는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중국 방문은 당초 공개된 셔먼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는 없던 일정이었지만 순방 막바지에 추가됐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15일 셔먼 부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중국이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 부부장을 카운터파트로 제안해 미국이 ‘격이 맞지 않는다’며 방중을 취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미국 국무부의 발표대로 셔먼 부장관이 왕이 장관과 회담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의전 면에서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셔먼 부장관은 오는 25~26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국의 역할도 강조할 전망이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데 이어 오는 23일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는다. 최 차관과 셔먼 부장관은 앞서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가졌다.

미국은 이 협의회에서 한·미·일 3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현상유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등을 거론하며 ‘중국 견제’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보도자료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했지만 한국 외교부 발표에는 빠져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