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만 보고 공수표 날리는 '공항 정치'

지자체마다 공항사업 요구
"인천공항행 GTX 예타 면제를"
"청주공항을 대전공항화 해달라"

與, 무턱대고 화답부터
제주2공항·수원 군공항이전 등
여권 "조속히 협의"…기대 키워
가덕도 후폭풍…인천·광주·대구도 "공항특별법 해달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자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외 다른 지역에서도 공항 사업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지역에 공항을 새로 지어 달라거나, 기존 공항 또는 관련 인프라 확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처럼 아예 특별법을 제정해 추진해달라는 주문도 나온다. 여권은 오는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지에서 쏟아지는 요구에 맞장구를 치며 표심 공략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 주민단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처럼 ‘인천공항지역 특별법’을 제정해 제2공항철도와 인천공항행 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GTX-D)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가덕도 신공항은 예타 면제로 광역교통망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외면당하고 있다”며 “수도권 역차별이자 인천 홀대”라고 주장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가 열린 국회를 찾아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아줄 것을 여야에 요구했다. 대구시의회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외면한 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만을 처리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을 만나 “청주공항을 대전공항화해야 한다”며 대전에서의 청주공항 접근성 향상을 촉구했다. 허 시장은 “청주국제공항과 대전 신탄진, 세종 조치원 등을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망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각 지역의 공항 사업 요구에 ‘장밋빛 약속’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제주 현장을 방문, 제주2공항 건설과 관련해 “공항 인프라 확충 등 제주도가 직면한 여러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기존 제주시 제주공항 외에 서귀포시에 제2공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놓고 지역 여론이 갈리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제2공항을 신설하거나, 그러지 않더라도 기존 공항을 확장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에는 경기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해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대사(大事)”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방부가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국회가 법제화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수원 군공항을 이전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 공항을 신설해 함께 운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구 신공항 특별법, 광주공항 이전 특별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지혜를 모아 조속히 협의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군공항을 겸하는 기존 민간 공항을 타지역으로 확장 이전하는 등의 방안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항 정치’에 나서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만금위원회에서 “2028년까지 새만금 신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야권은 민주당이 선거를 노리고 공항 사업과 관련해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함께 처리를 약속했던 대구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공항 이전 특별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애초에 가덕도 신공항 논란을 ‘물타기’하기 위한 ‘립서비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공항 사업이 우후죽순으로 실제 추진되면 막대한 재정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15개 민간 공항 가운데 10곳은 거의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오직 표 구걸을 위한 ‘정치 공항’ 추진은 혈세만 낭비하는 ‘하얀 코끼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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