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외교장관과 통화했지만 일과는 미정…정의용 "필요시 미국 도움받을 수도"
정의용 취임에도 한일 냉각 여전…소통 시도에도 일본 '냉담'
정의용 장관의 취임으로 한국 외교의 수장이 바뀌었지만, 한국과 일본간 냉각상태는 여전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 장관은 취임 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의 전화 통화를 포함해 조속한 소통에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일본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일본 카운터파트와 먼저 상견례 겸 통화하는 게 확립된 관행은 아니라지만 이는 일제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간 주요 갈등 현안을 둘러싼 양국 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후 지금까지 5개국 외교장관과 통화를 했지만, 모테기 외무상과는 구체적 통화 날짜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취임하고 나서 사흘 뒤인 지난 1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시작으로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캐나다 외교장관과 잇따라 통화를 했다.

'한반도 주변 4강' 중에서 일본과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한일 외교장관 간 통화는 이번 주에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장관이 새로 취임한 만큼 상견례 겸 통성명을 하려고 (일본측과) 소통하고 있지만, 상대측이 분명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테기 외무상과 통화에 대한 질의를 받고 "가급적 빠른 시기에 통화할 의사가 있다"며 "일본과는 계속 조율하고 있다.

곧 통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은 한미일 삼각공조와 함께 일본과 갈등 상황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장관은 국회 외통위에서 "(한일) 양국 정부가 대화를 긴밀히 하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계속 일본 측을 그런 방향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한일 간에 문제는 우리 양국 간에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일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한미일 3국 공조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함으로써 미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 지금의 한일간 냉랭한 관계는 역대 외교부 장관 취임 후 일본 외무상과 한 첫 통화 사례와 비교해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취임하고 나서 이틀만인 2017년 6월 2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외무상과 축하 인사를 겸해 첫 통화를 가졌다.

윤병세 전 장관도 취임 후 사흘만인 2013년 3월 14일 일본 측 제안으로 기시다 전 외무상과 통화를 했다.

정 장관 취임 후에 한일 외교장관 간 첫 통화가 늦어지고 있는 데에는 2018년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올해 1월 일본 정부 상대 위안부 배상 판결로 이미 막힐 대로 막힌 양국 간 관계 악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본 내에서 더 뚜렷하게 감지된다.

강창일 신임 주일본 한국대사는 지난달 22일 도쿄에 부임하고 나서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모테기 외무상과 아직 면담하지 못한 상황이다.

강 대사가 지난 12일 면담한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상견례 자리에서 한일 갈등 현안의 해법을 한국이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