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지역이 2016년 20대 총선 때보다 세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선거 판세를 좌우할 요인 중 하나인 인구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긴 만큼 ‘실버 투표율’은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독] 수도권 고령 유권자 20% 넘는 곳 3배 증가…격전지 변수로
4년 전보다 고령화된 수도권

한국경제신문이 30일 행정안전부의 인구통계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77개 시·군·구 가운데 60세 이상 인구가 20%를 웃돈 지역은 46개(올 2월 말 기준)였다. 20대 총선 때(17개)와 비교하면 고령 지방자치단체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구로 따지면 수도권 121개 가운데 54.5%(66개)가 고령 지역구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 투표가 특징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웃도는 곳은 민주당으로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마포와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모든 자치구에서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던 광진(16.7%→20.4%), 중랑(19.6%→24.7%) 등은 60세 이상 인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다. 민주당(갑)과 미래통합당(을)이 각각 나눠 가진 동작(19.1%→22.5%)도 고령화가 진행됐다.

경기에서는 수원 팔달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17.3%에서 21.7%로 크게 확대됐다. 이 지역(수원병)은 19대 총선까지 야당 텃밭으로 분류되다 20대 총선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고양 덕양의 60세 이상 인구도 16.8%에서 20.7%로 늘었다. 덕양은 지역구 고양갑(정의당)과 을(민주당)로 나뉘는 지역으로 고령화에 따른 표심의 변화가 주목된다. 인천에서도 미추홀(19.9%→24.0%), 부평(16.2%→21.3%) 등 6개 시·군·구에서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한 ‘세대 투표’ 경향

정치권에서 수도권 인구 구조에 주목하는 것은 실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60대 이상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중 27.1%에 달하는 데다 투표율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고령 인구가 많을수록 보수 정당에, 적을수록 진보 정당에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변수가 막강했기 때문에 세대 투표 경향이 덜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세대 투표 양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예컨대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17.3%로 서울 평균(18.5%) 보다 낮았던 마포는 갑·을 지역구 모두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마포는 인구 구조 측면에서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19.6%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긴 경기 포천·가평에서는 김영우 통합당 의원이 62.2%의 압도적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노년층 투표장에 얼마나 향할까

이번 총선의 노인 투표율은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메트릭스리서치가 경향신문 의뢰로 지난 27~28일 조사한 결과 60대 이상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현상을 유지할 경우 6.7%가 투표에 불참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투표 포기 응답자가 4.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30대(6.0%→7.5%), 40대(6.1%→7.9%)와 비교하면 큰 폭의 수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투표장에서의 감염 가능성 때문에 노년층 중심의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민주당에 불리할 것은 없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자체가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이 노년층의 투표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분노’”라며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노인 세대가 실제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투표장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