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주재 경제주체 원탁회의서 위기 극복 방안 쏟아져
박용만 "재계도 각국에 외국인 입국허용 요청" 김명환 "비상협의 함께할 것"
민노총은 현금지원, 경총은 소비유발 대안 제시
"연대정신 느낀다" 노사정 한목소리…'재난기본소득' 놓고 이견
"노조가 집회를 자제하고 임단협을 조정하는 것은 평소라면 불가능에 가깝다.

노사가 모두 성숙한 모습이다.

현장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연대의 정신을 느낀다.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경영계와 노동계 대표 등 경제주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주재한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연대정신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주체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와 당청은 한목소리로 경제 회복 의지를 다지며 지혜를 모았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양대 노총 위원장으로서 14개월 만에 함께 청와대를 찾는 등 비상경제시국에서 각 경제주체의 대표자들이 머리를 맞댐으로써 위기 극복 의지를 확인했다.

문 위원장은 "양 노총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일 기회인 만큼 대통령이 이런 자리를 좀 더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에 100% 공감한다"면서 "비상협의에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집회 연기뿐만 아니라 대책을 세우는 자리에 참여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연대정신 느낀다" 노사정 한목소리…'재난기본소득' 놓고 이견
김동명 위원장도 "재난 시 사회공동체가 나를 방치하지 않는다고 믿어야 신뢰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길에 함께하겠다"고 거들었다.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금융 지원과 내수 활성화에 노사가 한마음"이라면서 "현장 목소리를 세심히 듣고 이자 납입 유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영 회장은 "비 올 때 우산을 함께 쓰고 동행하는 동반자 입장에서 소상공인에게 다가가겠다"며 "금융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몸담은 영역에서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자금경색을 느끼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으나 스피드가 문제"라며 "행정 비용을 줄이고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인 입국 제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계도 각국에 편지를 보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 확인서가 있는 기업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용할 수 있게 협의하라고 지시한 데 더해 재계도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정신 느낀다" 노사정 한목소리…'재난기본소득' 놓고 이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대통령이 기업인 입국 허용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기업은 입국제한 조치로 수출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출장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고용 유지 지원금 요건을 대폭 완화해 달라"면서 "약자가 약자를 돕는 정신으로 중소기업은 소상공인을 돕겠다"고 부연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대통령이 기업인 예외 입국 제안을 일찍 내놓은 데 감사하다"며 "공장이 많은 울산 등의 병원에서도 건강확인서를 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기업에 여러 금융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방세제 정비도 필요하다"며 "지방세 중 차도 안 다니는데 부담해야 하는 교통유발부담금 등은 이런 위기에서는 미뤄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권한대행은 "소상공인 매출이 60∼90%가 줄었다"면서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시절 수많은 벤처기업이 역할을 해 극복에 기여했고, 이번에도 수많은 벤처기업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들어 발 빠르게 움직였다"며 "대한민국의 정신은 살아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회의에서 나온 해결책 중에는 경제주체의 이해가 엇갈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대목도 있었다.

특히 여당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주장하는 재난기본소득과 그 취지 등을 놓고는 입장이 갈라졌다.

"연대정신 느낀다" 노사정 한목소리…'재난기본소득' 놓고 이견
손 회장은 "최근 일부 지자체가 개인에 현금을 주자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경제 주체의 소비를 유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특별근로시간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보완 입법을 비롯해 공항사용료 한시적 대폭 인하, 과감한 규제 해제, 통화스와프 확대, 국민연금·4대 보험료 납부 유예 등을 대안으로 쏟아냈다.

이어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 기업을 살려야 한다"면서 "상징적으로 법인세 인하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명환 위원장은 "'셧다운' 상태의 노동자에게는 생계비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부가 집중된 재벌과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대그룹이 협력사 직원들에게 30억원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을 매우 평가한다"면서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명환 위원장이 회의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민주노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의 재난생계소득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경제계 전체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손 회장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 완화와 신용대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기문 회장도 시중은행을 더 적극적으로 지도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 대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전례 없는 조치의 하나가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 공급"이라면서 "금융권 전체가 합심해 범금융권 협약식을 하고 공동으로 움직이자"고 제안했다.

이와 같은 제안에 홍 부총리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보다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