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보수진영 '혁통위'와 별개 정당간 기구…'주도권 다툼' 걸림돌
통합 신당 지도체제·공천권 등 쟁점 놓고 물밑 논의
한국·새보수, '당 대 당' 통추위 구성 추진…통합 속도내기
보수 진영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출범, 보수통합의 닻을 올린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추위는 지난 9일 한국당과 새보수당, 시민단체 등이 참여키로 한 혁통위와는 별개로 한국당과 새보수당만 참여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양당의 통합 논의를 위한 통추위 구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양측은 구체적인 참여 인사와 논의 주제 등을 놓고 물밑 접촉 중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 보수진영이 참여하는 당 밖 혁통위는 그대로 굴러가되,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당 대 당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들은 통추위를 따로 구성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당만 참여하는 통추위를 검토 중"이라며 "통합은 각종 시민단체들보다 당 대 당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정당 간 통합 기구를 준비 중인 것은 양측의 보수통합을 위한 사전 교감이 상당히 무르익었음을 의미한다.

양당만 참여하는 통추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4·15 총선을 앞둔 통합인 만큼 공천권과 지도체제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논의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지만,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천과 지도체제 수립을 놓고 양측의 의견을 교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에선 탄핵 문제가 주로 거론되지만, 결국 신당 창당이 가장 복잡한 문제"라며 "지도체제와 총선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인 지도체제, 중립적인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한 공천을 할 수 있다면 일체의 조건을 걸지 않겠다는 게 새보수당 측의 의견"이라며 "다른 말로 하자면 한국당 주도의 통합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통합된 보수 신당이 탄생한 이후 중립적인 공천을 위해 '완전 국민 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후보가 같은 지역구에서 경쟁할 경우 신당 지도부의 입김이 배제된 '슈스케'(슈퍼스타 K)식 국민 경선제로 공정성을 담보하고, 지지층 결집과 여론의 주목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통합 밑그림'이 그려지기까지 갈 길은 만만치 않다.

통합 주도권 다툼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해 11월 보수통합을 공개 제의하면서 통합추진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었다.

황 대표와 한국당 중심의 '통합 운전대'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탄핵 등을 놓고 여전히 유승민계에 반감을 가진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김진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통합해야 하니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 하다가는 나중에 안방 내주고 옷 다 벗기는 상황이 와도 못하겠다고 할 수 없게 된다"며 "3원칙을 들어주면 하고, 아니면 안 하겠다니 아이들도 아니고 그러면 안 된다.

통합은 조건 없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 탄핵의 강을 건너고 ▲ 개혁보수로 나아가고 ▲ 새 집을 짓자는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하겠다는 명시적인 선언을 하라고 황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책임 있는 발언을 늦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며 "지금 혁신적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과 싸우자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새보수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황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했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언제 어떻게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정치인의 말은 명확한 선언이 아니고선 믿을 수 없으니 선언을 해달라는 것이고, 그게 통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