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정부는 일단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협상에 이어 이번 협상마저 ‘노딜’로 끝나면서 북한 비핵화 이슈가 또다시 미궁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북 간 협상 신경전이 장기화하면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등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간 평화 진전을 위해 구상했던 사업들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이번 미·북 간 실무협상에서 당장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미·북 간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남겼고, 미국도 ‘결렬’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에서는 기본 입장을 제시한 것이고, 향후 입장 차를 줄여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번지고 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궤도에 오르면 진행될 것으로 봤던 남북관계 발전 노력은 당장 차질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 실현이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여야는 미·북 실무협상 결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와 해석을 내리며 전망에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미·북 양측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여건 아래에서 상대방의 의지와 요구 조건을 분명히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북핵 폐기 이행 없이는 노딜이 명답”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합의에 이르는 일”이라고 했다.

임락근/김형호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