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하원의장에 ‘만절필동’ 휘호 선물 >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고 쓴 친필 휘호를 선물하고 있다. 만절필동은 ‘중국 황하가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의미로 문 의장이 북한의 비핵화 관련 긍정론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다.  /연합뉴스
< 美 하원의장에 ‘만절필동’ 휘호 선물 >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고 쓴 친필 휘호를 선물하고 있다. 만절필동은 ‘중국 황하가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의미로 문 의장이 북한의 비핵화 관련 긍정론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다. /연합뉴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가로 미국에 경제 제재 완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 최소 네 가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12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북한이 어떤 비핵화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상응 조치도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의회대표단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전날 방미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가 경제 제재 완화, 종전선언,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연락사무소 설치냐’는 질문에 “정확히 짚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이어 “아직 협상을 한 게 아니라 의중을 타진한 것”이라며 “(북한 측과) 다시 만나 협상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오는 17일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와 만나 27~28일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문 작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재 완화가 비핵화 협상의 핵심 지렛대라는 점에서다.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도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이다. 대신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이 파격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미국이 꺼낼 ‘당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비건 대표는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처음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만났기 때문에 내용을 다룰 시간이 부족했다”며 “갈 길이 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노이 정상회담 후에도 북한과 실무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에도 후속 협상을 희망했으나 북한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대표단이 비건 대표에 이어 만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은 김정은에 대한 선물에 불과했다”며 “이번 (하노이) 회담은 말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면담에 참석한 한 의원이 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핵 위협이 제거되거나 줄어든 후에도 북한의 재래식 전력 위협 감소가 없다면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든 당사자 간에 평화협정이 맺어질 때까지는 그렇다”고 답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