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으로 힘받은 홍준표, 선대위 구성 등 '발빠른 행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는 ‘야권 연대’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한다. 제1 야당 당수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비되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의 비교 대상은 늘 문재인 대통령이다. “나를 대통령과 대립시키면 당이 유리하다”는 지론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초청으로 대통령과 첫 단독회동이라는 ‘성과’를 올린 홍 대표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까지도 한국당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홍 대표가 여의도연구소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6·13 지방선거’ 승리(6곳+)를 장담하며 결집을 독려했지만 현장에선 회의론이 팽배했다. 한국당의 현역 광역단체장조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문제 등 야당에 유리한 이슈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한국당 지지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단독회동이 국면을 전환시켰다. 홍 대표는 만남 직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에게 야당 의원을 더 이상 잡아가지 말라고 했다”며 의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날 저녁엔 이주영 심재철 나경원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 11명과 따로 만났다. 홍 대표는 “한마음으로 지방선거에 임하자고 했고 다들 ‘앞장서서 하겠다’고 했다”며 “지방선거는 1 대 1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깔아준 ‘멍석’ 덕분에 한국당은 일단 당내 분란을 봉합한 모양새다. 한국당 관계자는 15일 “홍 대표의 스타일상 선거대책본부 구성도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불모지’인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완료했고, 기초단체장·지방의원 공천도 20일까지 끝낼 전망이다. 중앙당 선대위원장은 외부인사가 맡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내친김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와 무관하게 새로운 당 지도부를 꾸려 쇄신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훨씬 중요한 건 다음번 총선”이라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사퇴 후 조기 전당대회에서 재당선돼야 2020년 4월로 예정돼 있는 제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홍(洪)의 독주’가 한국당의 미래에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는 미지수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홍 대표가 오래 당권을 쥐는 게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 대표가 ‘태극기’로 상징되는 특정 지지층에 국한된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