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저녁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나 해외 언론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농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칭한 ‘로켓맨’, 비대한 신체와 관련한 농담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도 방북 당일 면담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만나자마자 통보해줬다”며 “과거 김정일 통치 때는 만남을 끝까지 알려주지 않거나 줄다리기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미 연합훈련 재개 여부 등 현안을 특사단이 꺼내기도 전에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문했을 때 식사를 함께해 구면이었던 만큼 “북한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우리 측 인사가 ‘평양은 냉면이 최고라던데 맛보고 싶다’ ‘평양식 온반은 어떤 음식인가’라고 했는데 첫날 만찬에 온반이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둘째 날 점심 때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으로 안내받았다. 청와대는 특사단이 ‘국빈급 경호’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경호 방식은 청와대의 ‘열린 경호’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전에 평양에 가면 대부분이 1 대 1로 남측 인사를 ‘마크’했지만 이번에는 특사단을 보호하면서도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를 보장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고방산 초대소에는 특사단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잘 준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에 있던 TV로는 KBS, MBC 등 남측 채널을 비롯해 CNN, CCTV 등 전 세계 방송도 시청할 수 있었다. 인터넷 환경도 잘 준비돼 특사단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을 자유롭게 이용해 국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