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서민·취약계층 지원 공약 뒷받침 할 것"
"서민금융 확대 부작용도 논의해 정책 준비"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금융당국의 정책 초점이 '서민금융'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부업 이자율 인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소액 장기 연체 채무 정리 등 서민들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대거 담겼기 때문이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 달간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과제를 발굴해왔다.

각 대선 후보의 경제·금융분야 공약을 분석하고, 집권 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방안을 논의했다.

새 정부의 기조와 국정 과제가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구체화해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담는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서민·중산층·취약계층 지원 방안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준비하려 한다"며 "대출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서민금융 강화가 일차적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7대 해법' 공약에서 대부업 등의 최고이자율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로 일원화하고,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부과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최고금리는 사인 간의 금전 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상의 이자율 25%와 금융기관과 사인 간 적용되는 대부업법상 이자율 27.9%로 나뉜다.

최고이자율을 25%로 통일하겠다는 얘기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한 '불법 추심 방지법'을 제정해 소멸시효가 지난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상환을 종용하는 행위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천만원 이하의 소액 채무 중 10년 이상 장기연체된 것을 소각해 채무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일부 금융공약은 이미 의원 입법을 통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우선 국회에 계류된 서민금융 법안 통과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제윤경·강병원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제 의원은 ▲ 여신금융기관과 대부업체의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고 ▲ 대부업체의 연대보증을 폐지하며 ▲ 대출계약 기간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이자의 합계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패키지 발의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채권 추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대부업체에 아주 싼 값에 넘기고 대부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채권추심에 들어간다.

그러나 5년 이상 채권자로부터 유선이나 우편 등 어떤 형태로든 빚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 채무자는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

소멸시효 개념을 잘 모르는 채무자는 빚을 상당 부분 탕감해주겠다는 추심업체의 꼬임에 넘어가 채무 일부를 갚거나 갚겠다는 각서를 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변제 의사를 밝히는 날을 기점으로 채권 소멸시효가 다시 살아난다.

없던 빚이 부활하는 셈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지난달 25일부터 매각이 금지됐지만 추심까지 금지돼있지는 않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면 이 사실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련 법 개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 중이다.

문 대통령은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각각 2억원에서 3억원,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 자체도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 매출 2억원 이하는 0.8%,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는 1.3%를 물린다.

문 대통령은 수수료율 첫 번째 구간의 0.8%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두 번째 구간의 1.3%는 1.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는 시행령으로 3년에 한 번씩 조정하게 돼 있는데, 2018년에 조정이 예정돼 있어 논의할 시간이 있다"며 "그 안에 미세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등 서민금융 확대와 관련한 부작용 역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