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비박계, 제3지대에서 국민의당과 주도권 경쟁…潘·安 연대 가능성은
반기문 귀국 시 정계개편 소용돌이 더 커질듯…개헌론도 변수

새누리당 비박계(비박근혜계)의 21일 집단 탈당 결정과 이에 따른 집권당의 분당(分黨),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이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대선구도가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시권에 든 조기대선을 겨냥한 정계개편이 이뤄지면서 대선판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집중된 '촛불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온 대선주자들도 본격적으로 대선가도에 나설 전망이다.

4당 체제의 부활로 이번 대선도 양자 구도가 아니라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어느 때보다도 대선판도의 유동성이 증폭되면서 제3지대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어 대선구도에 상당한 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중도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 다자구도 = 새누리당 비박계 35명이 탈당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국민의당과 단기 필마의 깃발을 든 대선주자들 및 소수 정치세력이 가담해 있던 제3지대의 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박계는 1차 탈당 의원만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여세를 몰아 2차 탈당으로 세를 불리고, 제3지대에서 중도·보수 연합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신당에 합류할 경우 유 의원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탈당파가 38명을 넘어서게 되면 국민의당을 제치고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서게 돼 제3지대에서의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기존 중도진보 노선인 국민의당과 제3지대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론을 주장해온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제3지대에서 구심력을 가져야 대선에서 '3자 구도'를 통해 승부수를 걸어볼 수 있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제3지대에서 경쟁자를 만났지만, 거대 양당이 버티고 있는 고착화된 정치구도가 깨진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분당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으로 정치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계파 패권주의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국가도 어려움에 처했다.

새누리당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다른 당으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민주당 친문계(친문재인계)에 날을 세웠다.

특히 반 총장이 내년 초 귀국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벌일 경우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을 목표로 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더욱 거세게 몰아칠 수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의원들은 반 총장의 귀국을 전후해 탈당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류다.

정 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명분 없이 움직이지 않겠다"며 "현재의 '친박 새누리당'으로는 '보수의 대반격'을 성공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박계의 탈당은 '명분'이 안 되지만,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은 '명분'이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여권 후보로 분류되는 반 총장이 비박계 신당을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반 총장은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및 친박계와는 선을 그어왔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견제에 들어갔다.

추미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에 대해 "그냥 마무리 잘 하시고…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격이 추락한 상황에서 그나마 국격을 지킬 수 있는 사무총장이 이런 혼탁한 국내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제3지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비문 세력·주자 간 복잡한 합종연횡 시나리오…개헌론 영향은 = 비박계가 대선후보를 내세운 뒤 보수진영 여론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 새누리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포함한 보수통합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비박계가 새누리당과 선을 긋고 제3지대에서 승부를 볼 경우 자체적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을 대선후보로 낼 수도 있고, 반 총장을 영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박계 내에서는 국민의당 및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제3지대의 다른 세력들과 '반문재인' 전선을 펼치는 시나리오도 솔솔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를 위주로 여권과의 연대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비박계의 경우도 개별적으로 공개반성을 하고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수용할 경우에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이반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쳐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의당도 반 총장에 대해 영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등 여지를 남겨놓는 분위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국민의당에서 강한 경선을 해 국민에게 대선후보로 선택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의사를 반 총장 측에 전한 적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국민의당 일부 호남 의원들은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대선주자 간 통합 경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향후 스탠스는 안 전 대표와 호남 중진의원들 간의 밀고 당기기 등의 당내 상황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의 영입에 '올인'하며 몸집을 키워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와 정 전 국무총리 등 조직기반이 약한 대선주자들도 제3지대의 지각변동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비문 주자들의 분화와 연대에는 개헌론이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비박계는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데다, 국민의당도 다음 주 의총을 열어 개헌론의 당론 채택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기에 손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개헌론에 가장 적극적이어서 국민의당과 비박계의 개헌 논의 방향에 따라 연대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평가다.

특히 반 총장이 개헌론의 기치를 들고 나올 경우 파괴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홍정규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