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사퇴는 무책임…때만 되면 딴죽"
비박 "현 지도부, 쓴소리 한번 못해"
비대위 구성시 인선 놓고 충돌 불가피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도입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 당 지도부 사퇴까지 요구하면서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는 이정현 대표를 포함한 현 지도부가 친박계 일색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해 해묵은 계파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나타났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2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대표나 측근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지도부가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바른말, 쓴소리를 제대로 한 적 없다"면서 "이런 지도체제로 성난 민심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대표가 자신의 연설문도 남한테 조언을 받아서 한다는 말을 하면서 대통령 역성을 들 때가 아니다"라면서 "그러니 당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은 오히려 비참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MBC라디오에서 "아직 위기가 끝난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자신을 비우고 스스로 희생한다는 생각을 갖고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권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당 지도부를 해체한다면 사태 수습을 누가 하느냐"면서 "문제의 본질을 꿰뚫기보다는 딴죽만 걸고 언론에 뜨려고 하는 경박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서 "지도부 대응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퇴는 안된다"면서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누구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또 구성 문제를 갖고 집안싸움이 벌어졌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일단 당 지도부와 함께 우리 당 전체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믿고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고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면서 전국 17개 시도당에도 공문을 보내 당무에 전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8·9 전당대회를 통해 친박계 중심의 지도부가 구성된 만큼 과거처럼 일부 최고위원이 당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며 동반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와해되는 시나리오는 상정하기 어렵다.

다만 전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현 지도부 퇴진까지는 의결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청의 대응에 따라서는 비대위 전환 요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구성을 놓고 또다시 극심한 계파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4·13 총선 패배 후에도 비대위원 인선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다 50일 만에야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비대위 체제를 출범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