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일각 "불출마·당잔류 '버리는 정치'가 살 길이었다" 주장
靑, 劉 무소속 출마에 "할말없다…국정블랙홀 없도록 경제·안보 챙길 것"
靑침묵에는 '대통령 중심 국정운영 지지해달라' 메시지 관측도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헌법의 정치'를 들고 나오자 여권 주류는 24일 "결국 자기정치를 위한 변명이자 궤변"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유 의원은 전날 탈당을 선언하는 심야 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내세우면서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정든 집을 잠시 떠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작년 7월 원내대표 사퇴 회견 당시에도 "정치생명을 걸고 헌법 1조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면서 무소속 출마의 변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주류 내에선 "유 의원의 헌법정치론은 결국 국민을 앞세운 자기 정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유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벌어졌던 국회법 파동 때 청와대가 "원내사령탑이 국정책임을 방기하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던 비판론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여권 주류에 따르면 청와대는 그간 공식입장을 밝힌 바 없지만 "집권여당 공천은 '국정책임 공천'이라는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가져왔고, 유 의원 탈당과 무소속 출마도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기류를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유 의원은 지난해 5월 국회법 파동을 일으켜 국민에게 대혼란을 줬던 모습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자기반성을 찾아볼 수 없고, 본인의 무소속 출마를 정당화시키는 궤변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주권을 강조했는데 누가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하는지는 국민이 평가할 일"이라며 "유 의원이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도 국민의 평가는 냉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 의원은 본인이 살던 집을 매도하고 불지르고 떠났다"며 "개인의 정치에 헌법을 끌어들인 것은 결국 자기정치를 위한 변명"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는 "불출마와 당잔류라는 버리는 정치가 유 의원의 살길이었다"며 "유 의원의 정치행보에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유 의원을 향해 "집권여당의 무거운 책임을 던져 버렸다"며 "당을 모욕하고 침뱉으며 자기정치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날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 소식에 굳게 입을 닫았던 청와대는 이날도 침묵을 지킨 채 '무언의 정치'를 이어갔다.

정연국 대변인은 "따로 언급할 게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신 청와대 관계자들은 "총선으로 국정의 블랙홀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 안보 등 모든 현안을 하나하나 흔들림없이 챙겨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전국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청와대는 '북한의 잇단 위협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안보이슈를 부각시켰다.

따라서, 유 의원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의도된 침묵에는 '여권 지지층'을 향한 암묵적 메시지를 담고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역풍'을 차단하고, 지지층을 향해 박 대통령 중심으로 국정에 힘을 모아달라는 함의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 이번 사태가 총선 전체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중앙에서는 이른바 '정권 심판론 대(對) 국회 심판론'과 같이 큰 구도를 놓고 경쟁하고 되며 지역구 차원에서는 인물 경쟁력을 놓고 표심이 갈릴 것이란 분석에서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홍지인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