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세종 출퇴근 > 한 공무원이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한 직행버스를 타고 2시간여가 지나 세종시 정부청사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세종 출퇴근 > 한 공무원이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한 직행버스를 타고 2시간여가 지나 세종시 정부청사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8시5분 충북 청원군 KTX 오송역 앞. 10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정부세종청사로 향하는 셔틀버스 두 대에 올라타고 있었다. 서울발 오전 7시10분 KTX 열차를 타고 출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에게 제공된 ‘오송역~청사’ 셔틀버스만 9대, 서울·경기권 출퇴근 버스를 합치면 모두 107대가 운행됐다. 세종청사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인 4815명(107×45인승)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규모다.

◆정부 인구목표 ‘삐걱’

기재부 과장급 이상 간부 '가족과 세종시 동반이주' 13%뿐
어떤 연유에서든 세종시에서 살 수가 없는 공무원들이 매일 힘겹게 서울과 세종청사를 통근하는 행렬의 모습이다. 주거 교육 업무 레저 등을 한 공간에 펼치겠다는 세종시의 자족도시 건설 구상이 초반부터 헝클어지고 있는 양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세종시 인구는 12만2153명. 세종시로 정부청사 이전이 시작되기 전(2012년 11월)의 인구(11만1191명)보다 1만962명(8.9%)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청사의 1단계 이전(2012년 말)과 2단계 이전(2013년 말)으로 세종시로 내려간 총 16개 정부기관의 공무원 숫자가 1만1247명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공무원 인구조차 세종시 주민등록부로 모두 흡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정부는 세종시 설계 당시 공무원 한 가구당 3.1명의 간접인구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해온 터였다. 당초 세종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세종시 인구는 부처 이전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2015년 25만명을 찍는 데 이어 2020년엔 자족도시의 요건인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종시 유입인구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학교 병원 쇼핑시설 등 생활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대전지역 학생들이 세종시 내 학교로 대거 취학하면서 초등학교 교실 부족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마트와 대형병원도 없다. 충남대병원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일러야 2016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세종시에 내려오려고 했지만 응급시설이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병원이나 편의시설이 잘 조성돼 있는 대전 유성구의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유성구 인구는 31만3968명으로 2012년 6월(30만1645명)보다 1만2323명 늘어났다.

◆출장비는 계속 늘어나고…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주를 망설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만 하더라도 하루평균 115명 가까운 간부 및 직원들이 각종 회의와 대국회 업무 등을 위해 서울에 상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재부의 지난해 출장 예산은 전년에 비해 90%가량 늘어난 21억4000만원에 달했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장비는 서울 반포청사 시절인 2012년 7억7200만원에서 지난해 11억7000만원으로 51.5% 증가했고 올해는 12억5100만원으로 늘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 기업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출장비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 부처의 여비 담당 관계자는 “정부 주요 회의가 서울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여의도 중심의 대정부 협의 관행을 고수하고 있어 지금 같은 출장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족과 세종시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공무원들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 특히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가족동반 거주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자녀 교육문제 등도 작용하고 있지만 국장-실장 등으로 승진할 경우 서울에 머무를 날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세종시로 이사한 기재부의 A국장은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식구들을 서울로 돌려보냈다.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없고 지인들과 떨어져 있는 생활을 가족들이 견디기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주소전입과 간접인구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뜩이나 낮은 세종시의 재정자립도(38.8%, 서울 87.7%)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자체 몫인 주민세나 자동차세 등을 걷지 못해 시의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