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중산층 증세' 기준선 될 듯
박근혜 대통령(사진)이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소득세 증세 기준선을 기존 연소득 34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혼선으로 국정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정부 세제 개편안을 퇴짜 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은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만 키우는 ‘세금폭탄’ 논란을 빚으며 여론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당·정 회의를 열고 소득세 부담 기준선을 연 5000만원으로 올릴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 회의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산층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정안을 빠른 시일 안에 내놓겠다” 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소득세·법인세율 인상 등 실질적인 ‘부자 증세’를 요구하며 기존 세제 개편안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세제 개편안 원점 재검토 지시에 대해 “분노한 민심에 대국민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면서 “당·정·청의 총체적인 무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불가능한 ‘증세 없는 복지’를 앞세우는 바람에 중산층 증세라는 정치적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 복지 공약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증세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도병욱/이태훈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