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정치 한발 더 다가선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한 딱 부러진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던 이전의 발언과 비교해보면 점차 현실정치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안 원장은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정치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그 연장선상에서 봐주셨으면…”이라고 했다.

지난달 21일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정치 참여)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된 발언이다. 지난달 8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정치는 이미 많은 분이 하고 있는데다, 이전에 내가 하던 일과는 좀 다른 것 같다”며 “정치에 대해서는 ‘게스워크(guesswork·짐작)’만 하고 있다”고 한 것과도 분명 온도차가 느껴진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4·11 총선’에서 야권 지원이나 대선 직행 가능성을 남겨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정치를 안 하겠다’고 명쾌하게 답을 주지 않았다”며 “외곽에서 서서히 불을 지피면서 무르익을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도 “지난해 9월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주목을 받은 이후 안 원장의 행보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며 “오늘 기자회견에선 자신의 ‘역할’과 ‘정치’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안 원장은 그동안 발언상으로는 정치와 거리를 둬 왔지만, 편지 이메일 강연은 물론 정계와 학계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릴레이 회동을 가져 왔다. 대권 수업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배경이다.

안철수재단이 안 원장 정치 행보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단의 사업 방향성이 발표된 것 자체를 정치 참여와 연관짓는 시각이 많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평화민주당에서 부총재를 지냈고, 야권 통합 운동을 벌인 박영숙 이사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정숙 이사를 선임한 것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적지 않다.

상당수 사회적 저명인사가 기부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 원장이 정치 참여를 결심하면 안철수재단은 후원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안 원장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는 시점에서 재단 발표가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물론 안 원장의 애매한 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대선에 나오겠다는 뜻”이라며 “정치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안 원장은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전략적으로 신비주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영식/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