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1등 항해사·중동 배낭족 '바늘귀' 뚫다
‘여성 1등 항해사’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 개발참여자’ ‘중동 건설현장 근무자’ ‘국제기구 이주정책자’….

행정안전부가 30일 발표한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 합격자 93명에 포함된 ‘새 공무원’의 이력들이다. 민간경력자 5급 일괄 채용은 정책과정에 현장경험을 접목시키기 위해 실무경험이 풍부한 민간의 인재를 뽑는 제도다. 2009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사건 이후 행안부가 선발을 주관하고 있다.

3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 관문을 통과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36.2세다. 민간기업에 근무 중인 합격자는 30명(32.3%)이다. 여성 합격자는 26.8%인 25명이다.

합격자들의 전문분야 평균 경력이 8.3년에 이를 정도로 발로 뛰며 일했던 현장 경력자들이 적지 않았다.

합격자는 민간경력을 100% 인정받는다. 합격자 평균인 8년 경력자는 행정고시 출신 8년차(5급 8호봉)와 같은 4500만원 선(수당 포함)의 연봉을 받는다. 대기업보다는 보수가 적지만 정년(60세)이 보장되고 승진에도 차별을 받지 않아 ‘민간경력자 5급’의 인기가 높다.

한화건설에 근무 중인 이길재 씨(35·아랍어권 지역외교 분야)는 사우디아라비아 법인, 리비아 지사 등지에서 플랜트 수주와 해외인력 관리 등을 담당했다. 취미도 중동지역 배낭여행일 정도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다. 이씨는 “지역 전문가의 길을 걸을 수 있어 지원했다”며 “건설회사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중동의 건설수주 정보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묵 씨(36·사회복지 정책 분야)는 부산 당감종합사회복지관, 부산 사상구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현장 복지전문가다.

‘중소기업 정책’ 분야 합격자인 이두연 씨(38)는 벤처기업 근무경력이 화려하다. KAIST 재학 시절부터 벤처업계에 뛰어들어 네오위즈·하나로드림·엔씨소프트·NHN 등 쟁쟁한 인터넷 벤처 업체에서 15년간 일했다.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합격자들도 있다. ‘해사 안전정책’ 분야 합격자인 최은진 씨(36)는 ‘국내 두 번째 여성 1등 항해사’ ‘국내 최초 여성 현장 선박검사원’이다. 6년8개월간 현대상선에서 근무하며 원양상선에 탑승하는 등 금녀의 벽을 깨고 해양·선박 분야 경력을 쌓았다.

‘기상예측 및 예보기술’ 분야 합격자 김해연 씨(31)는 200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국내 최초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개발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옮겨 위성 운영을 맡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기상청에서 위성을 통한 우주기상정보 활용을 담당한다.

‘다문화사회 정책’ 분야의 고현웅 씨(41)는 국제이주기구(IOM) 소속으로 13년간 벨기에·핀란드·라오스 등지에서 국제이주정책 수립 및 이주민 지원을 했다. 20년 신경외과 개업의 경력을 가진 최고령 합격자 김영일 씨(56)는 고려대 안암병원환경보건센터 고문직을 그만두고 봉사하는 중년 이후의 삶을 위해 공직에 입문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