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과 충청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공약집 내용까지 공개한 변재일 의원 등 충청권 민주당 의원들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은 거짓말로 하루 하루 연명하는 식물정권의 길로 들어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대통령이 자신이 공약한 내용을 하지 않았다고 뻔한 거짓말을 한다면 결코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일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권 퇴진 운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전 · 충청권 단체장들도 당적을 떠나 한목소리를 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선거 때 표를 의식한 발언이었을 뿐이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 2007년 대선도 없던 일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삿포르 출장을 취소한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공약을 약속했다"며 과학벨트 사수를 위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지화 시사 발언으로 충청권을 다시 혼란에 빠뜨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TV 좌담으로 제2의 세종시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우려되며 충청인을 두 번 시험에 들게 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충청민의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