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세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이 시점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개혁과 구조조정에 대한 긴장 이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17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첫 일정으로 가진 'CEO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위기 이후에 더 치열해질 시장을 내다보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14~15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아 · 태지역 경제통합 비전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위기를 낭비 말자"

이 대통령의 CEO 서밋 기조연설 제목은 '위기 이후 아시아의 성장전략:G20 프로세스 활용 방안'.이 대통령은 우선 "성급한 출구전략 실시로 이제 막 시작된 (경제)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조급하게 출구전략을 실시함에 따른 '더블딥 리세션(일시 회복 후 재침체)'의 역사적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구전략은 사전에 합의된 일반원칙에 기초한 국제 공조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지속적인 구조조정,적극적인 투자에 의한 일자리 및 소득 창출을 강조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균형성장을 역설하고 브리지(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하고 균형된 성장을 위한 모델,프레임 워크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국제금융체제를 개편하는 일도 내년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기구 재원 확충,선진국과 신흥경제국 간 쌍무적 통화 스와프 체결 확대도 주장했다. CEO 서밋에 한국 기업인으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25명이 참석했다.

◆APEC,경제공동체로

이 대통령은 이날자로 게재된 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6자회담에 복귀해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방안 등을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며 "미 · 일 · 중 · 러와 협력해 협상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직 대내외 경제 여건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므로 당분간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PEC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녹색성장 분야 등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싱가포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