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거주하는 65세 독거노인인 김모씨는 농협에서 가사 · 간병 등 농식품부의 취약농가가사도우미서비스를 받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보건복지가족부의 가사 · 간병 서비스를 함께 받고 있다. 농협과 읍 · 면 · 동 간 원활한 수혜자 정보교류 등이 없었기 때문에 중복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수혜자 관리가 잘 되지 않다 보니 담당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도 높았다.

복지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체계다. 연초 서울 양천구청과 전남 해남군 공무원이 각각 장애수당 26억원과 기초생활급여 1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일어난 데 이어 최근 행정안전부의 '희망근로프로젝트'(정부가 저소득층 실업자에게 일감을 주고 월 80여만원 지급)가 논란이 된 것은 모두 전달체계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복지 어떻게 전달되나

한국의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 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등 정부 중앙부처는 사회복지 · 주거 · 여성 · 교육 · 고용 등의 복지사업을 개발 · 지원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복지사업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전달체계를 통해 수혜자에게 전달된다. 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공공부문은 지자체와 특별행정기관이다. 지자체에서는 232개 시 · 군 · 구를 거쳐 2487개 읍 · 면 · 동이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별행정기관인 16개 지방교육청과 81개 고용지원센터도 각각 저소득층 교육비와 실업급여(직업훈련 포함)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전국에 있는 약 1만6000개의 사회복지시설이 전달을 맡는다.

전달체계의 핵심은 담당 인력과 이들을 지원하는 전산망이다. 지자체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2만625명과 고용지원센터 공무원 3000여명 등이 복지업무를 맡고 있다. 또 지자체 행정시스템 등을 통해 현금 복지급여 등이 관리되고 있다.

◆기존 문제점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횡령 등의 비리는 공무원 개인의 자질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구조적으로 비리에 취약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복지사업 담당자가 부족해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 읍 · 면 · 동 복지담당 공무원 한 명이 맡는 복지 수혜자가 무려 691명에 달할 정도다.

또 일반행정직 공무원은 사회복지 업무를 기피해 직원 간 이동이 적기 때문에 장기간 업무를 맡는 복지공무원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장기 근무는 비리 발생의 개연성을 높인다. 양천구나 해남군에서 발생한 비리는 주위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장기 근무자에게서 빚어진 것이다.

부처별 · 지자체별로 따로 관리되는 복지사업 전산망 역시 개인별 · 가구별 통합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수혜자 한 명이 중복 혹은 부정 수급을 받아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것이다. 전산시스템을 쉽게 임의로 조작해 부정수급이나 횡령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 지역 간 불균형으로 서비스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어떻게 개선되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책은 공무원 비리로 복지 예산이 새는 것을 막고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현재 9개 부처가 수행하고 있는 249개 복지사업 중 유사한 90개를 통폐합시켜 사업 수를 159개로 줄이기로 했다. 비슷한 복지사업이 너무 많아 행정부담과 중복수혜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되면 중복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도 자신의 수혜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보건 · 복지서비스의 개인별 · 가구별 통합관리를 위해 총 550억원을 들여 오는 11월까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구축키로 했다. 이 통합관리망은 내년 6월까지 교과부와 노동부의 전산망과도 연계시키기로 했다. 현금성 복지 급여를 받는 계좌를 단일화시키는 복지관리계좌도 이른 시일 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공무원 비리를 막기 위한 예산집행 실명제도 도입한다. 실명제가 실시되면 지자체의 예산이 집행되는 모든 단계에 대해 '예산집행실명관리카드'가 작성돼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든다. 만약 공무원이 횡령을 하면 횡령액의 5배 금액을 물어내도록 했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175명도 올해 안에 충원해 인력을 보강키로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