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개성공단 운영을 총괄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통해 자신들이 억류한 유모씨 문제에 대해 강한 위협을 내놓았다.

남한이 유씨 문제를 갖고 남북합의서 위반이라거나 인권침해라는 등의 문제제기를 계속할 경우 "사태는 더욱 엄중해지며 개성공업지구 사업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유씨의 신변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남측의 비판을 개성공단 사업과도 연계시킨 것이다.

북측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최근 우리 정부가 유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국제 이슈화하려는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북측 총국 대변인은 남측에 대해 "우리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위반했다고 생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조사에 대해서는 인권침해로 몰아붙이면서 반공화국 모략책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 최근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반공화국 모략 책동"으로 규정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유씨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며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수일간 유명환 외교장관을 표적삼아 집중 비난하고 있다.

유 장관이 "외세를 등에 업고 그들의 힘을 빌려 동족을 모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에 대한 유 장관의 강력대응 발언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노력 등을 들며 이같이 비난하고 "개성공업지구 문제와 같은 자기 소관도 아닌 북남관계 문제에까지 끼어들어 외세와의 공조로 그에 훼방"을 놓으려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개성공업지구 문제'에는 최근 유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방북에 앞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유씨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일에도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 등의 "앞장에서 부채질"하며 "대결 책동을 국제화"하려는 것이 "격분을 더욱 자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유씨 억류문제의 국제 이슈화에 본격 나설 경우 북한 특유의 행태대로 국제 여론을 의식하기보다는 "더욱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취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로는 현재 남북 합의서에 따라 여전히 개성지역에서 조사받고 있는 유씨를 평양으로 압송, 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유력하다.

남한 정부가 유씨 문제를 국제무대로 가져갈 경우 북한은 이를 구실로 남북간 합의서가 사실상 파기됐다고 주장하면서 억류중인 미국인 여기자 2명과 마찬가지로 유씨를 평양으로 데려가 조사하고 북한법에 따른 사법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개성공단 운영도 크게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남북간 대립이 고조되면서 최악의 경우 공단이 문닫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앞으로 남북간 출입.체류 합의서 조항들을 더욱 명료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합의서상 피의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 규정과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도 합의서를 논의하고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본권 보호가 접견권과 변호권을 의미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북측도 이것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북측도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움직일 것이지만, 현재처럼 남북관계가 꼬여 있을 때는 북측은 개성지역에서 조사하면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도를 갖고 '기본권 보호'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므로, `모호한' 대목을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씨 문제를 유엔 등 국제무대로 가져가는 것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미국 정부는 억류된 여기자 2명의 문제를 풀기 위해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조용한 외교'를 선택해 물밑 접촉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유엔 등에서 억류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여론에는 어필할 수 있겠지만 억류된 당사자에게는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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