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화 재개할 듯..강경파 '변수'..진통 예상

김형오 국회의장이 4일 이번 임시국회 회기(1월 8일)내에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을 해제하기로 결정, 극한 대치로 치닫던 여야가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야는 이에 따라 5일부터 `가(假) 합의안'을 중심으로 법안처리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나 민주당이 여전히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풀지 않고 있고 '선 점거농성 해제, 후 대화'를 주창하는 한나라당 내 강경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국회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김 의장은 4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국회의장 성명'을 통해 "의장으로서 직권상정을 최대한 자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러나 협상에 진척 없이 지금과 같은 국회 장기파행이 계속된다면 역사 앞에서 의로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며칠 전 여야 협상대표가 `가(假) 합의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면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여야가 합의를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하고 최종 결론을 내 달라"고 여야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김 의장의 `직권상정 최대한 자제' 발언에 대해 "1월 8일 임시국회에는 직권상정이 없다고 해석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밤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 의장이 임시국회 회기(1월8일)내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하지 않기로 약속한 점을 긍정 평가하며 국회 로텐더홀 농성을 5일 오전 8시를 기해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열흘째 계속해온 본회의장의 점거 농성은 당분간 풀지 않고 여야 협상의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본회의장 철수는 한나라당의 입장과 원내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로텐더홀 철수를 계기로 경찰병력이 철수하는 국회 정상화 조치가 취해져야 하며 경찰 투입의 불법 상황은 추후에도 분명히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입장 발표에 앞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김 의장이 85개의 중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본회의장 즉시 정상화 ▲임시국회내 법안 선별 처리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이 3, 4일 국회사무처의 강제해산 시도에 따라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로텐더홀에서 철수키로 함에 따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파국 양상으로 치닫던 국회 상황은 일정 부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여야가 이르면 5일부터 미디어법안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금산분리 관련법 등에 대한 '가(假) 합의안'을 놓고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합의안에서는 7건의 미디어법안과 금산분리 관련법은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한다', 한미 FTA 비준안은 '협의처리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중점법안의 강행처리를 포기할 때까지는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점거를 풀어야 대화에 임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여야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로텐더홀 농성 해제 결정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불법 폭력점거를 해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국회 전체의 농성을 푸는 게 다음 수순인 만큼 본회의장 농성 해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