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1백60여일 앞두고 국회 의원들이 '득표'를 법안처리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태세여서 상당수의 경제.민생현안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세금감면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여야 구분없이 이런 법안의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익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경제회복이 지연되거나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는 이번주부터 계류중인 각종 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간다. ◆득표 역행땐 '반대'=대표적인 것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동의안이다. 정부는 한·칠레 FTA가 지연될 경우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한 한·일 FTA 협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회 관련상임위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농촌출신 의원들은 농민들을 의식,강력 반대하고 있어 획기적인 농촌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한 내년 총선 이전에 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이양희 위원장(한나라당)은 2일 "FTA체결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10년간 농업구조개선작업에 45조원을 투입하는 등 정부의 '농촌살리기'의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찬성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농해수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욱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정철기 의원도 정부가 지금과 같은 농촌대책을 고수할 경우 FTA동의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용갑 의원 등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농촌출신 의원들도 찬성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내는 돈이 더 많아지고 받는 돈은 적어진 국민연금법 정부안에 대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어서 원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핵심 개혁정책을 담고있는 지방분권 3대 특별법안의 경우,고건 총리가 직접 나서 국회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도권 표'를 의식한 경기 지역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처리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득표에 도움되는 법안 '봇물'=국회에 제출된 세감면 관련 의원입법은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 19건을 비롯해 수십건에 달한다. 주요 내용을 보면 상당수가 총선 득표 차원의 성격이 짙다는게 국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3년 이상 직접 경작하고 60~70세 이상의 농민이 파는 농지에 대해 양도세를 면제하자는 법안개정안과 관련,한 국회 관계자는 "현행법 규정으로도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농민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