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4월 남한으로 망명한 '주체사상 이론가' 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는 6년간 조용한 가운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왕성한 저술 활동을 벌이는 '정중동'의 생활을 해왔다. 이러한 생활을 위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안가를 제공받고 10여명의 전담 경호원의 24시간 근접경호를 받으면서 고급승용차와 전문요리사에 의식주 및 생필품 일체를 제공받아왔다. 또 국정원의 외곽 연구단체인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직을 맡아 보수를 받으면서 관광과 산업시찰, 친인척 및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왔다. 대표적으로 국내 인사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의장, 이인제 자민련 부총재 등과 만났고 해외인사로는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를 비롯해 수전 숄티 미 디펜스포럼 이사장 등과도 만났다. 황씨는 주체사상 연구에도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자서전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를 비롯해 '황장엽 대전략' '북한의 진실과 허위' '개혁과 개방' '맑스주의와 인간중심철학' '평화통일전략' '북한인권문제' 등 17권의 책자를 출판했다. 이외에도 국내외 언론과 40여차례에 걸려 인터뷰를 가졌고 300여 차례의 외부강연, 주 3∼4회 국내 철학교수 및 탈북자동지회 임원들과 '인간중심철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활을 해오던 황씨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2000년부터는 방미를 추진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언론의 초점이 됐다. 또 2002년에는 방미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친동생처럼 지내오던 김덕홍 전 여광무역 사장과 결별하기도 했다. 김덕홍씨는 황씨와 결별한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국정원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지내왔으며 황씨와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황씨를 만났던 한 북한 연구자는 "황씨는 북한에서 살아온 역사가 있다는 점에서 경험상 들을 얘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세에 따라 말이 바뀐다는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전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황장엽씨의 남한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남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정확한 이해"라며 "이른 바 주체자상에 대한 재인식도 남한 학계와 제대로 소통해야만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