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5일(한국시간)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회담 전후 북측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북-중-미 3자회담에서 체제보장과 핵포기를 바꾸는 일괄 타결안을 제시해 놓은 뒤 유엔에 회부할 경우 비상조치를 취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단계다. 따라서 워싱턴 회담에 임하는 양국 정상을 겨냥해 예상밖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놓을 만한 카드를 대부분 꺼낸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일단 관망추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미.일 정상회담(23일)이 예정돼 있고 그후 열릴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구체적인 대북 대응책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양국 대통령간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강의 방향과 원칙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그것이 실질적인 회담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의제인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통상교섭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와 성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북한 역시 한.미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전망이다. 아울러 논란을 빚고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여부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단계"일 뿐이며 쉽게 재처리를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도발적 행동'을 감행할 경우 미국내 강경파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면서 대북 제재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관측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공은 이미 미국쪽에 넘어가 있는 상황" 이라면서 "미국의 반응이 예상밖으로 냉담해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