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 지검 평검사 40명과 만나 검찰 인사문제와 정치적 독립 등 개혁방안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과 검사들 사이에 이뤄진 이번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이번 검찰 지휘부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검찰개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향후 평검사 인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한 검찰 인사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다. 이날 토론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노무현 대통령 모두발언=대통령 당선 후 평검사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검찰개혁 방향을 논의하고 싶었다. 유감스럽게도 모두가 과격해 보인다고 문재인 민정수석까지도 말렸다. 저도 정치하는 사람으로 검찰보다 더 비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뭔가 의심스럽고 검찰의 장래에 불안함이 있으면 말해달라.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검찰이 그동안 일부 정치적 사건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 못한 게 사실이다. 그 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국민의 비판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최근 인사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실인사다. 밀실인사는 또다시 정치권 줄대기를 부추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법무부장관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주고 법무부장관이 개별사건에 검찰총장을 지휘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다. 검사를 제압하기 위한 토론이 된다면 대통령의 승리가 있을 뿐이다. 검사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달라. ▲노 대통령=토론의 달인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잔 재주를 벌이는 사람이라는 비하발언이다. 나는 말재주로 토론을 이기지 않았다. 토론으로 제압할 생각없다. ▲강금실 법무장관=여러분은 법무부장관을 외부인사라고 말한다. 법무부장관은 여러분의 지휘자이다. 나를 점령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검사출신이 아닌 사람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데 대한 감정적 대응이다. 검찰인사를 서둘러 달라는 건의받고 인사를 서둘렀다. 검사 인사 파일을 넘겨받았는데 학력 경력만 있었고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평검사들은 인사심의기구를 거치지 않고 인사하느냐고 따지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검찰총장이 서면으로 천거한 사람중 옷로비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사람,고문치사 사건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 외부 인사와 인사를 논의한 적 없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등 일부 인사만 참여한 가운데 실시하는 인사는 밀실인사다. ▲노 대통령=검찰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찰 인사를 해야 한다는데 검찰차장이 위원장이다. 이번 인사는 지휘부 인사인데 그들이 인사위원회 위원들이 되는 셈이어서 곤란하다. 따라서 이번에는 인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인사가 어렵게 되어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결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통령과 장관에 주어진 권한이다. 평검사 인사 위원회는 따로 구성해야 한다. 검찰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 검찰은 권력기관이다.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통제를 위해 법무부장관을 둔다. 검찰 인사권을 넘겨주면 세계 유일의 제도가 된다. -검찰이 독립을 못해서 문제였다. 정치권의 바람을 막아줄 복안을 마련해 달라. ▲노 대통령=제도개혁은 하겠다. 그렇다고 지금 인사를 마냥 미룰 수 없다. 인사권자에게 줄을 안서는 검사의 기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앞으로 잘될 것이다. 인적청산에 특별한 표적은 없다. 제도개혁만으론 안된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운영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제도가 잘된다. 부당한 명령으로부터 한발짝이라도 멀리하는 사람을 발탁하도록 하겠다. -우리의 요구는 인사 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달라는 것이다. 평검사들의 행동은 검찰의 신뢰를 받기 위한 것이다. 오늘 토론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성취하기 위한 결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정치권과 결탁한 검사를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투명하게 해 달라. ▲노 대통령=여러분들의 집단적 의견이라면 앞으로 언제든지 만나겠다. 여러분들이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안을 제시하라. 나는 지금까지 검찰에게 단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평검사 인사위원회는 만들겠다. 검찰총장 인사를 할때도 평검사의 의견을 반영하겠다. -정치인이 법무부장관을 하면 외부 입김을 막지 못한다. 대통령도 과거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했다. ▲노 대통령=이쯤하면 막가는 거죠. 청탁전화는 아니었다. 해운대 지구당 당원이 사건에 계류되어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혹시 잘못 들은 것이 있을지 모르니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제 경험으론 우리 검사들이 그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다. 장관은 정무직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당장 검찰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제도는 앞으로 바꾸겠다. 왜 오늘 당장 바꾸라고 하나. ▲강 법무장관=인사위원회 인적 구성에 대해 말해달라. -대통령께서 검찰을 개혁해주시겠다고 해서 기대감을 갖고 왔다. 저는 SK그룹 수사팀에 속해있다. 현재 여당 중진인사와 정부고위인사의 압력이 있다. 잘못하면 다칠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밀리면 정치검사가 된다. 이것이 검찰의 현주소다. 저희들은 소신껏 수사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 ▲노 대통령=이 자리는 검찰이 소신껏 수사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다. 앞으로는 다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에게 고발해 달라. 인터넷도 있고 하니까 대통령과 장관에게 말해달라. 검찰 내부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인정에 이끌리지 말고 소신껏 하라. 지금 지도부 이대로 몇달 더가면 검찰이 좋아지는가. 다른 대통령이 행사해오던 법적인 권한을 왜 나에겐 하지 말라고 하느냐. 왜 신문에 내가 잘못한 것 처럼 성명을 내나. 대통령의 약점과 신문에 난 것을 이 자리에서 말하는게 아니다. 법무부 장관인선 때 검찰 출신중에서 찾고 찾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검찰을 개혁하고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분리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없었다. 이번 인사는 여러분과 나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법에 주어진 권한대로 해야겠다. -대통령께서는 인사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개혁은 스스로 개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대통령과 몇몇이 인사를 해야 하느냐,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인사를 해야 하느냐가 문제아닌가. 인사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말해보자.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법무부 장관에게 있는 인사와 관련된 권한을 검찰총장에게 넘기자는 것이다. 이는 현직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가운데 누구를 선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노 대통령=불행한 과거가 여러분과 나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르게 가면 모두 해소된다. 그저 쉽고 편하게 가면 안된다. 강금실 장관을 임명할때 불안해하는 사람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로 검찰개혁을 단행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이 지금의 지도부를 옹호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 달라.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자율권이 보장되도록 하겠다. -검찰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 안아달라. 중요한 것은 검찰의 신분보장이다. 저희는 국민들의 아들이다. ▲노 대통령=여러분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훼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나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 것은 여러분들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낸 성명을 보고 모욕을 느꼈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오해가 많이 풀렸다. 여러분들의 용기는 지나치리 만큼 소신있었다. 앞으로도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다. 5년간 여러차례 검찰 인사를 할 것이다. 이번 인사는 그냥 넘어가자. 다음 인사에도 제동을 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검찰이 되도록 하자. 정종호·김동욱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