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한 `반미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기미를 보이자 자칫 한미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속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7일 오후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예정돼 있는 등 최근 반미시위 양상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정치권이 16대 대통령선거 때문에 경쟁적으로 `반미 표심'을 의식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반미감정이 연일 증폭되는 측면도 일부 있다고 보고 신중한 대응을 바라고 있다.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일행이 7일 반미시위를 이유로 방한 일정을 취소하자 정부 일각에선 이같은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SOFA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적극 대응하되, 이 문제가 엉뚱하게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으로 비약돼 한미 동맹관계를 저해하는 극단적인 반미 움직임으로 변질돼선 절대 안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만의 하나 여중생 사망사건이 미군철수 주장 등으로 초점이 옮겨질 경우 한미 동맹관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6일 일선 공무원들과의 오찬에서 "일부에서 반미, 미군철수 얘기를 하지만, SOFA 문제가 비약해 `미군 나가라, 반미다'라고 하는 것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SOFA 개선방안을 조속히 실현시켜 반미기류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국민에 대해 `반미는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는점을 적극 설득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도 밝혔지만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효순, 미선 양을 추모하는 심정은 우리 국민 누구 하나 예외가 아닐 것"이라면서 "평화적인 분위기속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 이어 어제도 추모와 반미, 미군 철수를 분별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미국은 우방으로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는 데 협력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내주중 SOFA 합동위 산하 형사분과위원회를 열어 우리 수사당국의 주한미군 사건.사고 초동수사 강화 등 SOFA 개선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반미기류가 12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전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를 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반미문제는 대선이 끝난 뒤 냉정한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대선이 끝난 뒤 김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갖고 북한의 핵 문제와 함께 SOFA 개선 등 한미관계 현안을 조율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