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2차 북일 수교회담에서 임하는 북측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유연해진 듯한 느낌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대체로 수세적인 입장에서 일본의 주장과 요구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정면 대립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9일 첫날 회담에서 스즈키 가쓰나리(鈴木勝也) 일본 대표가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 핵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북한 대표인 정태화(鄭泰和)외무성 순회대사는 "여러가지 견해상의 차이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 넘겼다. 특히 일본이 '납치 문제'를 회담의 주요 이슈로 삼으려는데 대해 북한은 지난달17일 평양 북일정상회담을 통해 이미 원칙적인 해결을 본 문제에 집착하지 말자는입장을 피력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예전처럼 강한 주장을 삼가고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문제 역시 정상회담을 통해 대체적인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정 대사는 2000년 8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제10차 북일수교회담을 끝내면서 기자들 앞에서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식민지 과거 청산 문제를 거론하며 목청을높였었다. 그는 당시 "당신네들 황실의 찬란한 조선 문화재는 바로 한반도에서 약탈된 것들"이라며 일본측을 몰아세운 뒤 "홋카이도(北海道) 철로에 놓여 있는 침목 하나 하나가 강제 연행됐던 조선인의 죽음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었다. 이같은 전례에 비해 이번 12차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는 매우 유연해졌다고할 수 있다. '일본인 납치' 문제 외에 핵 문제가 불거져 일본으로서는 이들 현안을 앞세워북한을 공박할 수 있는 분위기지만 북한으로서는 핵 문제는 어차피 북미간 회담을통해 매듭지어야 할 문제이므로 이 문제로 일본과 입씨름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본이 핵 문제를 계속 앞세우는 한 북일 수교회담은 북미간에 핵을 위시한 '안보상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소모전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