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북미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에 대해 ▲대북(對北) 적대정책 포기 ▲제네바 기본합의문 성실 이행 등 `원론적 입장'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후 북한측의 공식언급이 없는 가운데 21일 이뤄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 면담에서도 이같은 입장만 반복됐다. 김 상임위원장은 "우리도 최근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선(先)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후(後) `대화를 통한 안보상 우려사항 해소' 입장은 켈리 특사의 방북(10.3-5)을 비난한 지난 7일 외무성 대변인의 중앙통신 회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대변인은 "미국이 들고 나온 이른바 '우려사항'이란 것들은 다 대 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켈리 특사 방북을 전후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와 같은 입장표명을 되풀이해 왔다. 지난 16일 중앙방송은 "미국이 진실로 조ㆍ미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대조선 강경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시대착오적인 낡은 관점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주장했으며,15일자 노동신문도 "미국이 조ㆍ미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우리에 대한 그릇된 압력전술과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평양방송은 6일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없애기 위한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 주요 신문들도 지난달 하순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정책전환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특히 북한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6.25전쟁 중 실종된 미군 유골발굴작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평양방송은 21일 제네바 기본합의문 채택 8주년을 맞아 "지금 기본합의문은 그 핵심 사항인 경수로 제공이 대폭 늦어짐으로써 파기되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면서 미국에 대해 기본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평양방송은 이 내용을 22일에도 재방송했다. 북한의 이와 같은 태도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면 미국의 '우려사항'인 핵과 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을 대화로 해결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며결국 이 문제를 동시에 풀어가는 '일괄타결' 방식을 원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