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의 17일 대선출마 선언으로 연말 대선이 다자(多者)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의원은 내달 중순께 신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세규합을 위한 다각도의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에 맞설 수 있는 대선진용 구축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와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까지 합치면 4파전 이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대선 주자들의 지지도 변화, 민주당 내분 등 향후 정치권 역학구도 변화 등에 따라 대선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엄존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상황, 자민련의 동요 등 정치권 내부의 풍부한 가변성을 감안할 때 향후 대선구도를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단 정의원 캠프는 어떤 경우든 10월 중순까지는 `정몽준 신당'을 창당한다는 입장아래 그 방식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내부는 각계 전문가 중심의 선(先) 신당 창당을 한 뒤 제 정파 규합에 나서자는 쪽과 첫 착점부터 원내교섭단체 수준의 신당을 만들자는 측으로 나눠져 있다. 다만 정 의원은 민주당 중도파를 중심으로 탈당설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이 탈당할 경우 `정몽준 신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적잖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反) 노무현' 세력까지 가세하게 되면 신당은 정치권의 한 중심축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정 의원은 당분간 신당 세불리기를 위한 포석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측근들의 전언이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재회동을 포함,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의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각 정파와의 연대 가능성을 집중 타진, 사실상 `반(反) 이회창, 비(非) 노무현' 세력을 결집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 `노무현 고사전략'을 통해 연말 대선을 `이회창 대 정몽준' 양자 대결구도로 몰고 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정 의원이 국민통합과 정치혁명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정파들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이념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 "신당에 동참하겠다는 의원들도 있지만 시점 등을 고려할것"이라며 "의원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 상황에 따라 `정몽준 신당'이 현역의원 상당수를 포괄하는 거대 신당의 외양을 띨 경우 대선 파괴력도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경쟁에서 한쪽이 확연하게 뒤처지는 상황이 오면 양자간 대통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이 "이회창 대 노무현 후보의 경상도 대 전라도 대결구도는 바람직하지않다"고 지적한 것도, 3자 대결 구도에서 우위를 다잡으려는 선공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의원으로선 향후 대선전 과정에서 험난한 행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후보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등에 대한 집요한 검증과정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의 대선 입지가 높은 여론지지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단한번 삐긋할 경우라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살얼음을 밟듯 조심스럽게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타 세력이 `정몽준 신당'에 함께 할 지도 미지수다. 박근혜 대표가 정의원과의 연대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이한동 전 총리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여서 `정몽준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