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7차 장괍급회담을 위한 금강산 실무대표접촉은 큰 우여곡절 없이 끝난 것은 물론, 북측의 아시안 게임 참가 여부 등을 장관급회담 의제로 다루기로 하는 등 실무접촉으로서는 비교적 잘 마무리 됐다'는 것이 회담에 참가한 남북 양측 대표단의 평가다. 당국간 회담으로서는 지난 4월 임동원 대통령 특사의 방북 이후 4개월여만에 이뤄진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측 최성익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지난 2일 남측 대표단도착 첫날부터 공동만찬장에서 "이렇게 좋은 계절에 다시 만나 친혈육을 만난 것 처럼 기쁘고 반갑다"고 말하며 회담전망을 밝게 했다. 우리측 이봉조 실장도 "매우 중요한 시기에 회담이 열리는 만큼 쌍방이 허심탄회하게 서로 역지사지하면서 회담을 진행해 나가자"고 화답하는 등 첫날부터 형성된우호적 분위기가 회담 기간 내내 유지된 것도 다른 당국간 접촉이나 회담에 비해 달라진 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서해교전으로 인해 비등해진 남측 여론과 이런 분위기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내내 남측 대표단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단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이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점을 남측도 알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북측이 거듭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실무접촉은 예상 밖으로 빨리 풀리게 됐다. 특히 3일 오전 당초 예상됐던 전체회담 일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양측 수석대표간 접촉이 이뤄지면서 북측이 이번 접촉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이 남측 대표단의 평가다. 남측 이봉조 통일부 정책실장과 북측의 최성익 부장은 단독수석대표접촉이 끝난뒤 오후 전체회의가 열리기까지 양측 당국의 지침을 받아내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에도 예정에도 없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등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기 때문.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어디까지나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인 만큼 지난 4월 임동원 특사의 방북으로 남북이 합의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던 부분을 의제로 삼는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특히 북측이 3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4.5공동보도문 합의 내용과 쌍방이 '관심있어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의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회담장 주변에는 7차 장관급회담 일정만 문제가 될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북측 김만길 참사는 3일 오후 전체회의가 끝난 뒤 회담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질문에 "4.5공동보도문 이행과 관련한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답변, 이같은 전망을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3일밤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측 대표단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큰 보따리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말하기 시작했다. 양측은 3일밤 10시 30분부터 이봉조 실장과 북측의 최성익부장을 중심으로 양측실무자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새벽까지 접촉을 계속했다. 4일 오전 7차 장관급회담 일정이 8.15 이전으로 잡혔다는 점이 분명해진 뒤 회담장 주변에서는 '뭔가 더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드디어 4일 오전 11시50분 양측 수석대표가 차례로 낭독한 공동보도문에서는 북측이 다음달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사항이 포함되는 등 당초의 예상을 넘어서는 내용이었다. 북측 대표단은 "그정도면 만족합니까"라는 질문을 기자들에게 하기도 했고 북측최성익 수석대표는 "그쪽이 만족한다니까 저도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북측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뭔가 대화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양측 모두 비교적 수월하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남북 대표단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강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