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허바드 주한미대사가 8일 iTV와의 특별대담을 통해 밝힌 대북관계 입장은 서해사태가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북미간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요약된다. 허바드 대사는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북한의 의도적 도발임이 틀림없다고 본다"면서 우발적 사건이라는 일부의 시각을 일축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직접 개입 여부에 대해선 "도발명령이 어디서 왔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허바드 대사의 이같은 언급은 국내에서 햇볕정책 근본기조와 관련해 일고 있는 '김 위원장의 승인없는 도발은 불가능하다'는 시각과 `김 위원장의 개입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간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실제로 미국도 아직 판단을 못하고있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허바드 대사는 또 북한측의 도발 의도에 대해서도 새로운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결국 미국이 허바드 대사를 통해 밝힌 입장은 국방부가 지난 7일 밝힌 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허바드 대사가 이날 서해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북대화 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은 일단 원칙적인 얘기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주 특사방북 철회를 발표하면서도 향후 대북대화의 여지는 열어놓았다. 그러나 서해사태 이후, 특히 미국이 서해사태 발생에 책임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측 성명이 이어지면서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빠른 시일내에 다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바드 대사도 "대화재개의 시점이 언제일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은채 "서해교전이 미래에 미칠 영향들을 면밀히 분석, 한미간 협의하에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 당분간 북미대화 재개가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