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의도 당사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출구조사에서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박빙의 승부처로 여겼던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득표율이 기대에 못미치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6시께부터 30분 가량 당사 1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TV화면을 지켜보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한화갑 대표,김원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낸 듯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며 선거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노 후보 등 고위 당직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난 상황실은 밤 10시가 넘어서면서 일부 하위직 당직자를 제외하곤 발길이 뜸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당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선거 결과가 정계개편 등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계산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부산시장 선거는 당선 여부보다는 득표율에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였다. 한이헌 후보는 저녁 6시 선거대책 본부에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한 후 일찍 귀가했으며 대부분 관계자들도 초반에 벌어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였다. 한 당직자는 "부산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을 이렇게까지 외면할 줄은 몰랐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도에선 우근민 후보가 한나라당 신구범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시소전을 벌이자 선거대책 관계자들이 손에 땀을 쥐며 TV화면을 주시했다. 개표 초반 우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앞서가자 "우근민"을 연호하다가도 우 후보가 뒤집기를 당할땐 "저런…" 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일희일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