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19-2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대화수용을 촉구하고 대화를 통한 한반도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등 '공'을 북한에 넘기고 방한일정을 마침에 따라 향후 북한의 태도가 주목된다. 이미 한미가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해놓은 상황에서 북한의 반응은 결국 한반도를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느냐, 아니면 긴장국면을 유지하느냐를 가름하는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간 북측의 행태로 미뤄볼때 북한이 단시간내에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반응을 나타낼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북한 입장에서 대화의 핵심 축인 한미가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만큼 이에대해 더 이상 답을 회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외교분석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현상 유지 가능성 = 당분간 북한 당국으로서는 한미의 대북대화 제의를 신중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이후 아직 미국의 대북 강압적 분위기가 불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미국의 제의를 수용하기 보다는 미국의 논리에 대응하는 명분찾기에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비록 이번 방한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표현이 완곡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주문한 의미로도 해석되는 만큼 '장고'(長考)에 들어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작년 9.11테러 이후 국제사회를 관통하는 대명제가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이라는 점에 비춰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고, 대화를 더이상 회피할 경우제재조치가 가해질 우려가 있어 비록 느리지만, 미국의 유연한 조치에 상응하는 물밑접촉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대화 재개 수용 가능성 = 한국과 미국이 전적으로 희망하는 부분이지만,그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결과를 주시해왔고, 한미 정상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확인했기 때문에 북한이 향후 대화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시 대통령이 최근 일련의 회견에서 북한이 WMD 개발포기와 휴전선재래식 군비의 후방배치 등의 문제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경우 무역, 상거래, 교류 등 북한에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는 배경도 작용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의 지도부에 대해 회의적,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점 등에 크게 반발, 한동안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지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 외화벌이. 자위권을 목적으로 한 미사일 개발과 수출, 주한미군 대항체계로서의 재래식 군비의 전진배치 등은 미국과의 이견이 크고, 대화의제로 종전처럼 경수로 지연에 따른 보상 등을 다시 제기, 접점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오는 2003년을 목표시한으로 한 경수로 건설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력손실 보상요구를 외면한 채 핵사찰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해온 만큼 사찰문제도 새로운 난제로 꼽힌다. ▲북미정체, 남북대화 수용 가능성 = 북한이 상대적으로 껄끄러운 문제를 다뤄야 하는 미국과는 당분간 탐색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남한과는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1년가까이 남북 및 북미대화 단절에 대한 책임을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압살, 적대정책의 탓으로 돌려왔지만 남한 당국은 비난의 주대상에서 제외시켜왔다는 점도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더구나 북한으로서는 아리랑 축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호전돼야 하고춘궁기와 영농철에 대비, 식량 및 비료지원을 위해서라도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 역시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나면 3월중에는대화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성공적 아리랑축전 개최, 식량 등 경제적 지원 등북한도 회담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대화가 열리면 대화를 화두로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자연스럽게 북측에 설명하고 북미대화를 촉구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노릴만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은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성공적"이라면서 "북한이 여전히 적대적태도를 보이는 미국과는 당분간 냉각기를 유지하겠지만, 남한과는 아리랑축전의 개최 성공 등을 위해 조만간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상태 유지, 중.러와의 긴밀협력 가능성 =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미와는 대화의 시기를 조심스럽게 관망하면서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유대강화에 나설 가능성이다. 북한은 아직도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의 진의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고, 체제안정에 주력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을 감안할때 한미의 대화제의에 곧바로 응하기보다는 중.러와의 전통적 유대를 기초로 신중한 판단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북한이 한미의 대화제의를 바로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만큼 중국 및 러시아등과의 조율속에서 향후 한반도 문제해결 구도를 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의 장래와 관련해서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외교 분석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