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불식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쓰겠지만 '악의 축' 발언에서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분석가와 한반도 전문가들이 16일 전망했다. 한 외교 분석가는 "한국 정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한국에서 안보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북 정책에 관한 용어 선택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부시 대통령의 방한시 배려하겠다는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팀과 밀접한 다른 소식통도 "부시 대통령이 서울에서 햇볕정책 지지를 표명하고 남북 관계 회복과 남북 통일에 대한 희망을 밝히는 한편 휴전선의 미군 부대와 함께 남북 도로.철도 건설 현장을 찾는 등 다양한 제스처를 구사하며 김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 줄 것"이라고 전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태평양센터 소장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방한 기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햇볕정책 지지와는 별개로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특히 `악의 축' 발언으로 한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미 정서와 관련, "남북 관계의 교착 상태를 미국 탓으로 돌린다면 한국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은 어디까지나 종속변수이고 문제의 본질은 평양에 있다는 게 워싱턴의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 타운대학 아시아연구소장도 부시 대통령이 민주 발전과 경제난 극복, 노벨 평화상 수상 등 김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겠지만 대북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제는 김 대통령도 할 말은 당당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터 벡 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부장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론과 협상 의지를 동시에 제시하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부시 정상회담 결과를 미리 점치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을 배려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데다 ▲준비된 연설에서는 발언 강도를 조절한다 해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성 발언이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