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5년의 새 대통령을 뽑는 중미 니카라과 대통령선거 투표가 4일(현지시간) 치열한 경합속에 실시됐으나 일부 지역은 투표가 지연됐다. 공산 산디니스타 정권의 재등장 여부가 주목을 끄는 이번 대선에서는 투옥된 경험이 있는 기업가 출신 집권 자유헌법당(LCP) 후보 엔리케 볼라노스(73) 전부통령과산티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다니엘 오르테가(55) 전 대통령이 접전을 벌였다. 볼라노스 후보는 수도 마나과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마사야에서 투표를 마친 뒤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선거운동을 벌였으며 53%의 지지를 얻어 43%에그친 상대 후보를 물리칠 것"이라고 승리를 예고했다. 지난 주 공식 선거운동이 마감되기 직전 니카라과 여론조사 전문단체 CID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볼라노스 후보와 오르테가 후보는 각각 49.6%와 46.4%의 지지율을확보한다고 전망해 오차한계(±2.9%)를 감안할 때 박빙의 승부를 예고했다. 니카라과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건 전체 유효 투표수의 40%를 획득할 경우 결선없이 대통령에 당선하고 내년 1월 취임한다. 오르테가 후보는 1979년 33세의 나이에 유혈 공산혁명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대통령 족벌 체제의 43년 독재 통치를 종식한 뒤 쿠바에 이어 니카라과를 공산혁명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했다. 오르테가 후보는 국가재건위원회를 구성해 대대적인 우익척결과 사유재산 몰수조치를 단행하면서 1984년 혁명 후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경제봉쇄를 단행하고, 의회도 FSLN에 저항하는 콘트라스 반군에 1억 달러의 군사원조안을 승인함으로써 니카라과는 최악의 내전사태에 돌입했다. 내전 희생자는 4만여명에 이르렀고, 니카라과 경제는 미국의 경제봉쇄 등으로 오르테가 전대통령의 혁명공약과는 달리 피폐 가도를 달려 빈곤과 실업률이 급증했다. 그 결과, 90년 2월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이겨 오르테가 전대통령이 자유선거를보장한 가운데 실시된 대선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중도계 전국야당연합(UNO)의 비올레타 차모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해 FSLN의 11년 통치를 마감했다. 오르테가 전대통령은 이후 지난 1996년 정권탈환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 도전이 세번째다. 내전의 상처를 봉합하는데 급급했던 차모로 정권이 산티니스타 세력과의 갈등,집권당내 내분으로 경제재건에 실패하자 오르테가 전대통령은 96년 대선에 재도전했으나 자유헌법당(LCP)의 아르놀도 알레만 현대통령에게 참패했다. 니카라과 전국 투표소 대부분은 이날 오후 1시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가운데 문을 열었으며 알레만 대통령은 만일 (대선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비상조치발동 등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가브리엘 솔로르사노 윤리ㆍ투명성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대선투표 돌입 1시간이 지난 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투표소가 문을 열지 못했으며 최근 사흘간 허리케인 '미셸'이 강타한 카리브해 연안 일부의 경우 투표 시작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감시를 맡고 있는 세사르 가비리아 미주기구(OAS) 의장은 "투표소개장 지연은 투표함 설치 등에 따른 과중한 행정업무 때문이며 투표는 곧 실시됐다"고 밝혔다. OAS, 유럽연합(EU), 미국 카터재단은 이번 니카라과 대선이 공명정대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대규모 선거감시단을 파견했다. 감시단에는 가비리아 OAS 의장외에 지난 198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이 참여했다. 한편 니카라과는 전체 인구 480만명 중 70%가 심각한 빈곤에 허덕이며 실업률도53%에 이르는 등 경제난이 심각하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