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총평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기 위한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2일 평양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시작됐다.

지난 9월말 제주도에서 3차 회담이 열린지 70여일 만이다.

오랜만에 만난 양측 대표단은 그러나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15분 가량 환담하는 자리에서부터 만만찮은 기싸움을 벌여 회담의 ''험로''를 예고했다.

먼저 날을 세운 측은 박재규 남측 수석대표.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간 뒤 박 수석대표는 "(전금진 단장이 ''북남관계는 자연의 변화와 관계없이 뜨겁게 흐르고 있다''고 한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뜨거움이 점점 식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일순 긴장감이 감돌자 전 단장은 "우려가 기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북남관계 발전에 역풍이 불지 않아야 한다"고 말을 받았다.

최근 발표된 국방백서의 대북 주적개념 규정 등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 전 단장이 "내가 연장자이니 존경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농담조로 말을 건네자 박 장관은 "존경받을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해달라"고 받아쳤다.

전 단장도 "지금까지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아닌가"라며 맞섰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엔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이날 평양 날씨보다 더 냉랭했다.

박 수석대표는 이어 "전 단장이 하는 말과 실제는 다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공세를 늦추지 않자 전 단장은 "북측이 떼웠지(손해를 봤다는 뜻)"라고 응수했다.

한편 양측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단독접촉을 가졌으며 13일과 14일 오전 오후, 15일 오전 각각 한차례씩 모두 5차례의 공식회담을 한다.

서화동 기자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