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재.보궐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풍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여야 지도부는 과거 재.보선때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폈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국회의석 네자리를 놓고 싸우는 이상의 비중을 갖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거결과가 정계개편 등 정국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는데 여야 모두 적잖이 부담을 느끼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과연 몇 석을 건지느냐다.

4개 선거지역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인 만큼
한나라당이 수세에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3석확보"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한나라당이 줄곧 최소 3곳은 이길 것이라고 장담해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나라당이 목표대로 3석을 확보할 경우 재.보선전 의석수를 그대로
지키게돼 일단 현상유지는 하는 셈이다.

따라서 당지도부로서는 인책 공세를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도 당권파의 의도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당안팎에서 옥죄어오던 "원심력"도 주춤해질 전망이다.

여권의 정계개편 기도가 당분간 수면 밑으로 들어가면서 이탈자도 김종호
박세직 의원 등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국민회의 보다는 자민련이 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공동정권의 한 축이긴 하나 자민련의 발언권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게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1~2곳에서만 승리할 경우 정치권 "빅뱅"이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폭발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여권의 사람빼내기 등 야당흔들기까지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은
급속도로 "감수분열"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여권이 2곳이상 승리한다면 향후 정국운영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민련이 2석을 모두 챙길 경우 경북지역에서의 세확산을 기할 수
있는데다 공동정권내 위상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구여권 인사들의 자민련행 러시도 예상된다.

이 경우 국민회의는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지는 자민련과 거야 한나라당
을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버거운 입장에 놓이게 될것이 불가피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회의의 영남권 교두보 확보여부도 관심사다.

대구달성에서 승리할 경우 뿌리깊은 "호남 대 비호남" 구도를 떨쳐버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반대의 경우 국민회의의 지역적 기반 한계만 다시한번 확인한채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삼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