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총재가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이총재가 22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을 천명한
배경은 검찰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비자금 의혹을 사실상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김대통령의 반이회창노선이 분명해졌다고 확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건의 묵살 등 그동안 보여온 김대통령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속을 태워오던 이총재측이 더이상은 못참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이총재측은 대선판세가 불투명해지자 김대통령이 이총재의 활동을
방해만 하고 이인제 전지사나 비주류의 눈치를 보며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
작업을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과의 결별과 3김정치 타파라는 정공법으로 대선정국을 몰고
가는 길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듯 하다.

이총재의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는 그러나 "후보교체론"의 불길을 더욱
지필 전망이어서 이총재의 향후 행보는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가 탈당요구를 즉각 거부하고 나선 것은 이총재가 던진 "승부수"에
정면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게 정치권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당내 민주계 출신 등 자파인사들을 조정, 이총재의 "비주류
몰아내기"에 맞서 "이총재 몰아내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주류측도 즉각 "이성을 잃은 처사" "정치적 패륜행위" "막가파식 행동"
이라고 이총재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당을 떠날 사람은 김대통령이 아니라
이총재"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도 이총재의 향후 행보를 무겁게 하고 있다.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관망파" 의원들도 점차 "후보교체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다 "대안이 없다"며 이총재를 지지하고 있는 민정계도
심하게 동요, "10월 대란설"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