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는 신한국당내의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가 19일 이대표측이 추진하고 있는 시.도 지역별
지구당 위원장 모임에 대해 당대표의 프리미엄을 이용한 대세몰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와 양측이 제2라운드 공방전에 들어간 느낌이다.

정발협의 서청원 간사장은 이날 "최근 일부 위원장들이 지역별로 집단모임을
잇따라 열어 세몰이를 시도하는 것은 당의 분열을 촉발하는 경선 전략"이라고
비난하면서 즉각적인 중지를 촉구했다.

서간사장은 또 "이대표가 대표특보단들을 이용해 세몰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당대표라고 하지만 불공정한 사전 선거운동 행위는 분명히
지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발협측이 이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대표측의 모임은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로 예정된 전국 시.도 지역별 위원장 모임이다.

특히 이대표가 오는 23일부터 경기 광주 대구 등을 차례로 방문, 원내외
위원장들과 직접 모임을 갖는 것은 대표직을 이용한 사전 선거운동으로서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대표측은 그러나 정발협의 맹공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이대표측의 태도에 정발협측의 감정은 더욱 에스컬레이터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사실 정발협측은 당초 이대표를 지지후보군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발협의 한 핵심관계자의 말마따나 이제 정발협과 이대표와의
관계는 완전히 정리됐다고 볼수 있다.

서간사장이 18일 이대표 면전에서 대표직 사퇴를 촉구할 정도로 정발협이
이대표에 등을 돌린데는 여러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발협측은 무엇보다도 이대표가 위원장들을 대표실이나 대선예비캠프로
부르고 있는 것 자체가 다른 주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며 결과적으로는
대세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불쾌해 하고 있다.

또 이대표측이 일부 당직자들까지 동원 최근들어 정발협 회원들을 상대로
회유공작을 벌이고 있는 점도 정발협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는 후문이다.

정발협이나 반 이대표 진영 주자들의 간단없는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갈길만을 가겠다는 이대표측과 이에 제동을 걸려는 정발협 등의 움직임은
점차 돌이킬수 없는 감정대립의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