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신변 위험을 감수한 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한 데 이어 한국 외교의 지향점이 ‘자유와 연대’에 있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던진 것이다. 자유주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중시하는 기조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파트너가 되겠다”며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주요 개도국이 자유 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NATO와 안보 협력을 제도화한 연장선상에서 외교 지평을 넓힌 것이다. 구체적인 구상도 내놨다. 지난해 방탄복, 헬멧 등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더 큰 규모의 군수물자와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유 진영과 전체주의 진영 간 신냉전 대결 구도가 심화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선택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랜 기간 군사적 비동맹을 유지하던 스웨덴이 NATO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신냉전 체제에서 더 이상 어설픈 중립은 존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도 자유 진영 최전선에 서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겠다는 것을 보다 분명하게 알린 것이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에만 머물지 않고 자유 진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 대서양 안보와 태평양 안보는 분리할 수 없는 시대다. 한국이 러시아 격퇴에 동참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북한 문제는 더 이상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경계 내에만 있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번번이 북한을 두둔하면서 제재를 무위로 돌리고 있어 자유 진영 결집이 더욱 중요해진 마당이다.

윤 대통령의 방문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기회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것은 그 규모가 1000조원이 넘고, 그중 한국에 돌아올 기회가 66조원에 달할 것이란 경제적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6·25전쟁의 참화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 자본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가치 연대 강화와 재건 참여는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중추국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