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5000명이 참여한 보건의료노조의 대규모 총파업이 이틀 만에 종료됐다. 수술을 모두 취소한 암병원, 환자를 전부 퇴원시킨 대학병원까지 등장했던 의료 현장의 대혼란도 조기에 마무리됐다. 일부 지역에선 수술·검사·외래진료가 사실상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졌던 만큼 사태 확산 전에 진정된 점이 다행스럽다. 대통령실이 “정치 투쟁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고 보건복지부가 “필요 시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하겠다”며 원칙을 견지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정당성이 확인됐고 국민 지지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점’을 파업 철회 사유로 제시했지만 어불성설이다. 정당성이 부족한 정치파업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 동력을 상실하고 슬그머니 출구작전을 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을 7월 총파업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수개월 전부터 공언하는 등 정치파업임을 숨기지 않았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내팽개치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정치파업의 선봉대를 자처하는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정당성이 부족하다 보니 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14개 관련 단체가 총파업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했다.

파업이 종료됐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와 쟁점 협의를 계속해 의미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쟁점이라는 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관리, 공공의료 확충처럼 하나같이 간단치 않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여러 이슈에 지금처럼 정부 성의만을 요구하고 실력행사로 관철하려는 자세로는 더 큰 갈등만을 부를 뿐이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이익을 얻겠다는 일방적·위협적 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하기 힘들다. 2차 총파업을 고리로 무리한 요구에 집착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하는 일임을 보건의료노조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파업 조기 종료와 무관하게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를 초래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