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체포 특권 포기’를 거부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간곡히 제안한다.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1호 쇄신안을 추인해주기 바란다”고 했지만, 의원총회에서 불발된 것이다. 혁신위의 애초 제안은 ‘모든 영장’에 대한 특권 포기였지만, 박 원내대표가 ‘정당한 영장’으로 범위를 축소했음에도 이조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의원들은 반대 이유로 “정치적 목적의 영장 청구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이미 ‘정당한 영장’이라는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이러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이재명 대표는 “특권 폐지에 100% 찬성한다”고 했다. 그래 놓고 이 대표와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특권 포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부결 당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모호한 말장난을 하더니 부결로 몰아간 것이다. 방탄 비판이 일자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론 영 딴판으로 가고 있다. 돈봉투 사건이나 개인 비리로 수사받는 의원이 많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로는 방탄을 안 하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특권 뒤에 계속 숨어 있겠다는 것이다. 결국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은 대국민 사기극이 된 셈이다. 뒤늦게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비주류의 목소리일 뿐이다.

민주당이 혁신위 제안을 깔아뭉갠 것은 이뿐만 아니다. 돈봉투 사건과 관련한 진상 조사와 ‘꼼수 탈당’ 시 복당 금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3년 전 재산 신고 축소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꼼수 제명’한 김홍걸 의원을 복당시켜버렸다. 김 의원은 벌금 80만원의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는데도 면죄부를 받았다. 돈봉투 진상 조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민주당은 혁신, 쇄신 허풍을 떨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