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은, Fed와 보조 맞춰 기준금리 올려야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대로 자이언트스텝을 밟음에 따라 한·미 간 금리역전이 현실화됐다. 일각에선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 걱정은 없다고 큰소리친다. 이런 상황 변화에도 한국은행이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 간 환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양국의 금리는 같아야 한다. 안 그러면 자본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가로 즉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자유롭게 변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채에 투자했다고 하자. 만기가 돼 투자금을 회수하려는데 환율이 상승한다면(즉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면) 달러로 바꾸는 순간 해외 투자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결국 투자자는 환율 변화까지 고려해 투자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환율은 양국에 투자했을 때 동일한 수익을 주도록 적절하게 변동한다. 이와 같이 금리차에 따라 자본이 이동해 환율이 변동하는 원리는 경제학 이론으로 잘 정립돼 있으며 교과서에도 ‘이자율형평설’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있다.

문제는 이자율형평설이 현실 경제에서 잘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을 처음 발견한 유진 파마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를 기려 이런 문제를 ‘파마 퍼즐’이라고 부른다. 파마의 발견에 따르면 미래의 실제 환율은 이론과 반대로 변한다. 즉 수익률이 오히려 더 벌어지는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연 금리차가 자본 이동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선진국들 사이에선 이자율형평설이 잘 성립한다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일본이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엔화 가치는 주요국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우리도 원화 절하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올해 환율 변동을 비교하면 엔화 절하 폭은 원화 절하 폭의 두 배에 이른다. 일본은 우리가 그렇게 고대하는 Fed와의 통화스와프를 상설적으로 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 이유는 정확히 이자율형평설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다. 다른 선진국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일본만 저금리를 고집하고 있으니 국가 간 금리차가 더욱 벌어짐에 따라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일본 국채에 투자할 때 금리가 낮으니 엔화가 나중에 절상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기대하도록 엔화 가치가 미리 하락하는 것이다.

아직 이자율형평설이 신흥시장국까지 광범위하게 성립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신흥시장국의 경우 금리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부도 위험이다. 신흥국의 부도 가능성은 국제 금융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며 이에 따라 신흥국 금리도 변하기 때문에 이자율형평설이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은 신흥시장국에서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하게 발달한 채권시장에 일부 기인한다. 원화 표시 채권시장이 커짐에 따라 이자율형평설이 성립할 수 있는 여건이 확대된 것이다. 결국 최근 원화 환율 급등은 금리역전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점은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만약 Fed가 계속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상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환율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져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런 긍정적 효과는 줄어든다. 지금은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더 큰 상황인데 환율이 더 오른다면 물가를 더욱 자극해 경제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Fed는 8월은 건너뛰고 9월에 다시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8월 25일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 걱정은 없다고 자신하면 안 된다. 우리의 금리 결정에 따라 환율이 영향받는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최적의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