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아닌 친구나 애인끼리 거주하는 비(非)친족 가구원이 지난해 101만5100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구성된 비친족 가구는 47만 가구로 1년 만에 11.6% 증가했다. 반면 친족 가구 비중은 1인 가구와 비친족 가구가 늘면서 비중이 64.4%로 떨어졌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보편적 가족 유형은 줄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살거나,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가구 등이 급증하는 추세다. 혼인율이 감소하고 비혼(非婚)이 증가하는 데다 가족 가치 자체도 변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국민 인식은 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설문조사 결과, 혈연 또는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61.7%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조사 대상 국민의 76.9%가 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소한 가족 개념을 고수하다 보니 보호와 지원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경제적·사회적 차별과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현장에서 통상 요청되는 ‘보호자 동의’의 경우 직계가족으로만 자격을 제한해 법률상 가족과 연락이 끊긴 환자가 고통받고 있다. 직계뿐 아니라 방계혈족, 나아가 법률상 가족관계는 아니지만 동거인 등 환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보호자 자격을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족 돌봄 휴가제도 역시 근로자가 돌볼 수 있는 가족 범위에 생계를 같이하는 동반자나 돌보고 있는 위탁아동 등은 제외돼 있다.

국민 10명 중 7명(71.2%)은 ‘사회의 법·제도가 다양한 가족이 새롭게 등장하는 변화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가족 정책의 근거가 되는 기본법인 건강가정기본법을 도마 위에 올려 가족 다양성을 포용하고 유연한 가족 지원 정책이 가능하도록 손질해야 한다. 추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혈연과 법률혼 중심인 민법의 ‘가족 범위’ 규정을 정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 종교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구를 설립해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법과 제도를 개선해 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