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파업과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개별 사업장 파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나온 첫 공식 메시지다. 그만큼 파업의 성격이나 피해, 파장 등이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기도 하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조합 소속 노조원 100여 명이 옥포조선소 1도크(dock·선박건조장)를 점거하면서 배 건조와 진수가 중단됐다. 40여 일 만에 그 피해액이 5700억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매일 259억원의 매출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10조원이 넘는 혈세(공적자금)를 수혈받아 겨우 연명해오던 적자 회사가 최근 글로벌 발주 확대를 계기로 회생 기회를 잡았으나 조업 및 가동 중단으로 다 날릴 판이다. 또 당장 협력사를 포함한 10만 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고, 그 피해가 지역경제와 산업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회사 임직원과 그 가족들, 지역 시민들이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인간띠 만들기’ 행사를 기획하고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정규직 노조원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겠는가.

파업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로 보호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용주가 아니라 원청업체(대우조선)와 채권자(산업은행)를 상대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생산시설을 무단 점거해 기업과 근로자, 산업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정부 말대로 ‘용납하기 힘든 불법 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일단 대화를 강조하며 공권력 투입이나 긴급조정권 발동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피해를 계속 방치한 채 불법 행위를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업장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엄정한 법 집행으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