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장 4년인 규제 유예기간 이후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규제 샌드박스 보완책을 내놨다. 지난해 1월 ‘규제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 규제 샌드박스 3종 제도가 도입됐지만, 기업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규제 유예기간이 끝날 때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공유주방 브랜드 ‘위쿡’으로 유명한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같은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오토바이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붙이는 사업을 하고 있는 뉴코애드윈드는 “해외 합작법인을 모색해왔지만 ‘4년 제한’이 사라지면 국내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겠다”고 한다. 사업 중단 등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던 벤처캐피털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혁신성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최장 4년까지 규제 유예’ 족쇄를 푸는 정도로는 안 된다.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로 신산업·신사업에 대한 진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신산업·신사업은 일단 허용하고 보자는 원칙으로 가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서 허용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신산업·신사업을 한국에서도 아무런 족쇄 없이 즉각 허용하는 게 마땅하다.

다양한 소득과 배경의 사람들이 섞여있기는 마찬가지인 미국과 중국에서 가능한 사업이 한국이라고 해서 ‘금지대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사업의 출현으로 기존 사업을 편안하게 할 수 없게 된 기득권자들의 반발과 저항 말고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지 정부와 정치권은 솔직해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지대(rent)를 지켜주겠다는 것을 미사여구로 포장해 신규 사업 출현을 봉쇄하는 현실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일정 기간, 그것도 제한된 조건으로 새로운 사업을 임시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는 아무리 보완을 해도 임시 정책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 신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에 그나마 필적할 존재로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꼽히고,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의 디디추싱 투지아 등이 대항마가 된 배경은 별 게 아니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허용하고 검증된 신산업은 우리도 다 허용하고 지원한다”는 내부 방침을 굳게 세우고 확실하게 실행한 덕분이다. 그런 중국에 ‘규제 샌드박스’ 따위의 제도가 없는 건 당연하다. 미국이 앞장서 ‘테스트베드’가 돼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 준 신산업은 그대로 허용해 즉각 추격하고 경쟁하게 해야지, 말도 안 되는 온갖 구실을 갖다 붙여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어서다. “중국의 ‘신산업 굴기’가 무섭다”는 말만 할 때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눈을 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