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여전히 ‘문제 푸는 기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문고를 나온 학생 절반은 의과대학에 진학하려 합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3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를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능력개발’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는 미래에 의사는 20%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공부 잘하는 학생 대부분이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한국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 제도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어떻게, 왜’를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수학 시간에 ‘뉴턴의 미적분학 발견은 17세기 유럽의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란 문제를 제시하고, 코딩 교육을 하면서 앱(응용프로그램)의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왜 이 앱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ICBM’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ICBM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의 약어다. 그는 “미국에선 온라인 공개 수업인 무크(MOOC)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개인 특화학습을 팀 프로젝트 수업에 결합하면 다양한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률적인 학년제에 벗어나 학습자와 성취도, 속도 등 지식과 이해에 기반을 둔 무학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고경영자(CEO) 마인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토론에 나선 제이슨 티스코 미국상공회의소재단 교육인력센터 소장은 “학생들에게 기업 의사결정 문제를 도전 과제로 제시한다”며 “미래 인재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레몽 토레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동향연구소 소장도 “이제는 CEO만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근로자가 변화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